['사천N'과 함께] 이달의 인물 : 김병태 사천문화재단 대표이사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사천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의 자율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진작시키고자 활동하는 기관’이 사천문화재단이다. 이 재단을 이끌어가는 대표이사가 최근 바뀌었다. 새 대표는 김병태(1962년생) 씨다. 그는 언론에서 20년 넘게 몸담으며 익힌 안목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제2의 인생길을 걸어왔다. 그 길이 이제 고향 사천으로 이어진 셈이다. “반갑고 기쁜 마음도 크지만 무거운 짐이 부담스럽기도 하다”는 그를 만나, 앞으로 새롭게 걸어갈 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반갑고 기쁜 마음도 크지만 무거운 짐이 부담스럽기도 하다는 사천문화재단 김병태 대표이사.
반갑고 기쁜 마음도 크지만 무거운 짐이 부담스럽기도 하다는 사천문화재단 김병태 대표이사.

문화예술 분야로 오기까지
사천문화재단의 사무실은 삼천포 대교 공원 쪽에 있다. 덕분에 이곳 직원들은 늘 ‘명품 풍경’을 가까이한다. 크고 작은 섬에 둘러싸인 바다와 섬과 섬을 잇는 거대한 구조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풍경이다. 이 멋진 풍경은 김병태 대표이사의 방으로도 ‘훅’하고 들어온다.

“정말 멋진 풍경이죠! 한번은 서울에서 지인들이 내려왔는데, 이 경치를 보고는 ‘월급은 안 받아도 되겠다’며 농담을 던지데요. 그만큼 감탄한 거겠죠. 저도 마찬가집니다. 사천이 고향이라고는 해도 삼천포까지 자주 와보진 못했어요. ‘이렇게 좋았던가’하고 새삼 놀랍니다.”

그의 고향은 용현면 통양마을이다. 옛 선진초교와 용남중·고교를 졸업했다. 김 대표는 “그때만 해도 기차가 다닐 때”라며, 선진역에서 기차를 타고 사천읍으로 나가 영화를 보곤 했던 추억을 자랑처럼 떠올렸다. 국도 3호선으로 변해 사라지고만 진삼선 철길을 두고선 “그대로 두었더라면 관광열차를 띄우든 휴양 공원을 만들든 활용도가 높았을 텐데, 그때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이 없었던가 보다”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로 진학했던 그는 졸업 후 언론사로 취업했다. 크지 않은 지역 일간지였으나 그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했단다. 마지막 일터는 경남도민일보사. 여기서 편집국장 직책을 끝으로 22년간 달고 온 언론인이란 이름표를 뗐다. 2010년 7월의 일이다.

“나이로 봐선 더 일할 수 있었죠. 하지만 편집국장 임기를 시작할 때부터 먹었던 마음을 지키고 싶었어요. 논설위원이나 경영진으로 가기보다 기자로서 언론 인생을 끝내고 싶었던 겁니다. 그 무렵, 마침 경남문화재단이 생기고 사무처장을 뽑는다기에 지원한 끝에 문화예술 업무와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됐죠.”

경남문화재단은 오래지 않아 비슷한 역할을 하던 기구들과 통합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으로 거듭났다. 그는 이곳에서 문화예술교육센터장, 문화예술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을 차례로 지내며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과 경영 실무에 꾸준히 몸담았다. 그러던 그에게 고향 사천에서 일할 기회가 찾아왔다. 강의태 전 대표이사의 사임으로 자리가 빈 ‘사천문화재단 대표이사직을 공개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사천문화재단이 풀어야 할 숙제
“글쎄요. 운이 좋았다고 봐야겠죠? 면접만 1시간을 본 것 같은데, 압박이 꽤 심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압박이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어요.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개가 아니거든요. 먼저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부터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 또, 확장성에도 무게를 둬야겠어요. 예술과 기술영역을 시대변화에 따라 융합한 창작 콘텐츠를 찾아내고 문화예술과 관광산업을 접목하는 일도 이뤄야 합니다.”

김병태 대표이사의 취임일은 9월 2일이다. 인터뷰가 이뤄진 게 10월 13일이니, 이날은 그의 취임 42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동안 그는 사업 현장을 두루 둘러보고 지난날에 했던 사업 결과물도 꼼꼼히 살핀 듯했다.

“너무 이르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살핀 결론은 ‘연구·기획 인력이 필요하다!’입니다. 직원들의 업무 숙련도는 상당하지만, 늘 하던 일, 해야 할 일에 묶여 있는 모양새예요. 이렇게만 해선 새로운 일, 창의적인 일은 시도조차 못 하죠. 앞으로 국·도비를 지원받는 새로운 정책사업 공모에 참여하려면 전문 연구·기획 인력은 필수라고 봐야 해요.”
그가 앞서 말한 ‘확장성’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조직 개편과 예산 확대 필요성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직원들이 하나같이 하는 하소연이 ‘1년 내내 축제에 매달려 시간을 보낸다’는 거예요. 진짜 이래서는 뭔가 새로운 일은 도전할 수가 없죠.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축제 업무를 전담할 팀은 꼭 따로 두려고 해요. 축제를 준비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긴 한데, 그렇다고 모든 직원이 매달릴 순 없는 노릇이죠. ‘선택과 집중’에 무게를 두면서 사업구조와 조직을 개편하겠습니다. 또, 그에 맞는 예산 확대도 따라야 하는데, 그동안의 경험을 활용해 중앙정부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하는 국비·도비 지원사업을 꼭 유치해야겠죠. 그렇게 해서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일상에서 직접 경험하고 누리도록 하고 싶습니다.”

문화예술을 일상에서 누릴 방법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누린다.’ 어쩌면 문화재단의 궁극적인 목표일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고 쉽지 않은 게 현실 아니던가. 그는 이 목표의 실현을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 첫째가 문화예술교육 전용 공간(터)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공모사업 도전 의지를 다시 한번 밝혔다. 둘째는 상설공연 만들기다. 사천의 특색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마당극 형식의 공연을 만들어, 관광객이 붐비는 시기에 정기적으로 무대에 올리겠다는 설명이다. 관광산업과 접목해 상승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도 섞였다. 셋째는 가칭 사천시민 문화예술 위원회 설립이다. 예술인, 교사, 직장인 등 참여 의사가 있는 시민들로 구성해 문화재단의 의제를 공론화 방식으로 찾겠다는 뜻이 담겼다.

그러고 보니 김 대표가 취임사에서 했던 ‘사천시만의 특색 있는 브랜드 발굴’에 관한 궁금증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

“마당극 같은 것도 관광산업에 도움 줄 특색 있는 브랜드라 할 수 있고요. 여기서 꿈을 훨씬 더 키워 본다면 미국 LA에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워터월드 스턴트 쇼’를 본으로 삼을 수 있겠죠. 이순신의 사천해전을 수상 쇼로 재현하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어요. 물론 많은 사업비가 들겠지만, 꿈을 크게 꾸어서 나쁠 건 없지 않을까요?(웃음)”

그는 “남해-여수 해저터널과 남부내륙고속철도가 개통하면 사천은 더욱 ‘스쳐 지나가는 곳’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내면서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그에 따른 준비에 힘을 보탤 수 있길 기대했다.

김 대표는 와룡문화제가 고려현종대왕축제라는 이름으로 잠시 바꿨다가 되돌리는 것과 관련해선 “와룡이 사천의 통합을 상징하는 뜻이 강한 만큼 그 첫 정신으로 돌아가는 셈”이라며, “현종축제로 준비했던 여러 요소를 와룡문화제에 중요하게 녹여 내겠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사천시민들을 향해 “30여 년 만에 고향에 와서 문화재단 대표이사직을 맡게 돼 무척 기쁘고 영광”이라고 한 뒤 “그만큼 어깨도 무겁다”고 인사했다. 또 “행복 지수는 문화복지가 끌어 올릴 수 있다”며, 실천에 최선을 다하겠노라 다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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