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동감

영화 '동감' 홍보물
영화 '동감'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최근 외국 작품을 각색한 리메이크 영화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한국 영화도 리메이크 대열에 참여했으니 2000년에 개봉한 <동감>이다. 그러나, 추억은 추억으로 묻어둬야 했을까. 아무래도 2022년 <동감>에 공감하기 힘들다. 개봉 당시 원작을 봤던 세대라면 실망스럽고,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지루하고 유치하다. 도대체 어디에 감상 포인트를 두고 몰입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원작 <동감>은 사랑을 이야기할 때 그 어떤 테크닉이나 치장보다, 단순하지만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의 진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영화였다. 유치했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주인공들의 교감이 이해됐고 결말에 대한 호기심으로 영화 보는 내내 마음 졸이며 몰입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옆 사람 눈치를 보면서 괜히 울컥했던 기억도. 그 울컥함의 중심에는 임재범의 목소리도 있었다.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 해 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 걸 알아.” 아. 울컥.

이야기의 중심과 큰 틀을 옮겨왔지만 새롭게 구현된 2022년 버전 <동감>은 힘이 없다. 감동도 없다. 시대 재현도 엉성하다. 눈물 흘릴 포인트조차 찾을 수 없어 러닝타임 내내 어두운 객석과 이미 흥미를 잃은 스크린 사이 그 어디쯤에서인가 방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멜로를 보지 않는 혹은 못 보는 사람들의 특징은 취향에 맞는 공감할 수 있는 딱 한 편의 멜로를 봤을 때 그 감정이 심장 한 켠에 오래 남아서라고 한다. 그다지 슬픈 이야기가 아니었음에도 한동안 심장 한 켠이 아팠던 고전 <로마의 휴일>처럼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공감 포인트가 실종한 2022년 <동감>이다.

그나마 OST는 좋은데, 노래가 좋았다는 정도다. 그렇다고 음악감상이 목적으로 영화를 보는 건 아니지 않은가. <건축학개론>처럼 노래가 시절을 상기시키는 걸 넘어서 장면과 밀착하기를 바랐던 그저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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