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리멤버

 

영화 '리멤버' 홍보물
영화 '리멤버'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일제강점기 시절 가족을 모두 잃은 80대 노인, 뇌종양 말기에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갑작스레 아내가 떠나자 60년 간 미뤄온 복수를 하기로 하는데, 기억이 온전치 않아서 문제다.

죽을 날을 앞둔 노인의 사적 복수에 관한 영화 <리멤버>는 <검사외전>을 연출한 이일형 감독의 작품으로, ‘청산하지 못한 과거’라는 소재의 무거움을 전작과 마찬가지로 가볍고도 통쾌하게 보여주는 액션 활극이다.

근 100년을 이어온 친일잔재는 사회 곳곳에 암 덩어리처럼 도사리고 있어서 도무지 떨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친일파 척결이라는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는 노인의 과감하고 과격한 발걸음에 대리만족이라는 통쾌함이 생겼다. 역사의 환기와 더불어, 알게 모르게 방조하고 방관했던 친일청산의 당위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반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도 좋다. 여기까지가 <리멤버>의 장점이다.

상업성을 겨냥한 몇몇 포인트가 여러 모로 삐걱거린다. 80대 노인이 복수하는 내용만으로는 아무래도 흥행하지 않을 것 같아 전격 투입한 것이 분명한 20대의 청춘(남주혁)의 서사가 너무나 약하다. 아무리 빚진 청춘이라고 하지만, 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를 살인자의 공범으로 만드는 것은 설득력 떨어지는 무리한 설정이다.

별 다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불필요한 캐릭터가 출몰하는 것도 문제다. 그럼에도 80대 노인을 분한 이성민 배우의 불을 뿜는 호연이 여러 단점을 모두 상쇄시키고 힘 있게 끌고 나갔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를 분명히 밝히며 말이다. 

<리멤버>는 독일의 나치 전범을 처단하는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의 리메이크작이다. 나치 전범을 처단하는 원작의 설정을 친일파 처단으로 바꿨고 결말도 다르다. 원작은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반면, 리메이크작은 반전의 끝에 가슴 아픈 슬픔이 배어 있다. 결말만큼은 두 작품 모두 엄지척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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