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뉴스사천=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오랜만에 시간과 계절과 그리고 ‘나 자신’을 다시 만나고 싶어 하루는 지역 산악회 어르신들과 산행을 하고, 또 하루는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영남 알프스로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참 아름다운 세상이다.’
계곡에는 활엽수들이 ‘빠알갛고’ ‘노오란’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산등성이로는 침엽수들이 여전히 푸르다. 하나하나에 전설을 담고 있을 법한 기암괴석들이 의연한 기상을 뽐내는 동안, 그 아래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온갖 풍광을 담고 시냇물이 흘러간다.

‘참 잘해 놨다.’
가는 관광지마다 저마다 주제를 정해서 정부와 지자체가 잘 다듬어 놓았다. 그런 시설물을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저런 시비가 있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수렴하여 만들어놓은 문명의 이기(利器)는 슬리퍼를 신고도 산 정상에 오를 만큼 사람들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한다.
 

‘차암~ 예쁘다!’
시원하게 뚫린 대로(大路)를 따라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는(?) 수 없이 많은 차량의 행렬. 단풍나무 아래 가장 사진이 잘 나오는 ‘풍경 맛집’에 서서, 가장 젊은 순간 제일 예쁜 자태로, 단풍보다 더 선연한 차림새로, 스쳐 가는 찰나를 영원(?)으로 간직하고자 애쓰시는 행복한 갑남을녀,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절로 나오는 대사(臺詞)다.

‘아~~ 대한민국’
‘하늘은 파랗게 구름은 하얗게, 실바람도 불어와 부풀은 내마음, 나뭇잎 푸르게 강물도 푸르게, 아름다운 이곳에, 내가 있고 네가 있네.’ 지금도 많이 불리는 ‘아름다운 강산’에 나오는 노랫말이다. 사람들의 혀는 쇠(鐵)도 녹인다는 말이 있듯이, 목이 빠져라고 떼창을 하는 열정만큼 우리 공동체의 바람과 염원이 담겨있다. 이 가을과 평온한 일상을 누리며 ‘꿈은 이루어진다’가 아니라 ‘꿈은 이루어졌다’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온 것 같다.

‘갑자기!’
‘이해하지 못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나타낼 때 쓰는 요즘 아이들 말이다. SPC라는 회사에서 20대 젊은이가 우리가 먹는 빵을 만들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 일로 이익만 추구하는 경영진을 향해 분개하며 핏대를 올렸는데, 이번엔 ‘청천벽력(靑天霹靂)’의 일이 터졌다.

아니 이 세상 어떤 말로도 설명 안 되고 표현도 안 되는 ‘이태원 참사’다. 지난 주말 사이에는 작업 중이던 코레일 직원이 기관차에 치여 숨졌단다.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벌써 네 번째 사망 사고라 하니, 뭐라고 해야 할까, 이 참담함을.

이른 봄에 연둣빛 새싹으로 태어나 화려한 오월과 한여름의 뙤약볕과 태풍도 지나, 곱디고운 단풍이 든 나뭇잎처럼 그렇게 평온하게 살다 갈 순 없을까? 그런 세상을 만들 순 없을까?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시던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에, 희생자 유가족의 핏빛 어린 오열이 내 상처와 눈물이 되어 ‘깜짝깜짝’ 놀라고,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들어 가족의 안부를 묻는다. ‘이젠 뭘 할까? 우리!’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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