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쉬운 우리말 쓰기 : 외국인도 알아듣는 쉬운 우리말⑯ 경제 분야Ⅱ

말과 글은 누군가가 알아듣기 쉽게 써야 한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공공언어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쉽게’ 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이 물음에 ‘외국인이 알아들을 정도면 누구나 알지 않을까’라는 대답으로 이 보도를 기획한다. 공공 기관에서 나온 각종 안내문을 외국인들에게 보여 주며, 쉬운 우리말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다양한 공문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 문장에 담긴 내용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접속사나, 부사 혹은 연결 어미가 적절치 않게 쓰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및’이란 말은 부사로써 공공안내문에서 자주 마주치는 표현이다. 그러나 이 표현이 때로 읽는 사람에게 적잖은 혼란을 가져다준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및’은 “‘그리고’, ‘그 밖에’, ‘또’의 뜻으로, 문장에서 같은 종류의 성분을 연결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및’이 쓰인 표현 중에 앞, 뒤에 쓰인 말들을 같은 성분으로 연결하는 게 아니라 ‘또는’의 뜻으로 풀이되는 경우가 있다. 

경제 분야의 두 번째 연구에서 살펴본 공문서 <보이스피싱 피해 시 대처 방법>에서 눈에 띈 대목이 바로 그 경우다.

‘경찰청(112), 금융감독원(1322) 및 송금·입금 금융회사의 고객센터에 즉시 피해 사실을 신고하여 지급정지 신청’이라는 문장을 보면, ‘및’이란 말로 네 개의 다른 기관들이 연결되어 있다. 앞서 소개한 사전의 의미에 따라 풀이를 하면,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사람은 즉시 경찰청, 금융감독원, 송금·입금 금융회사의 고객센터에 모두 신고해서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및’을 ‘또는’의 뜻으로 본다면, 경찰청과 나머지 세 기관 중 하나에만 연락을 해도 된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전화 음성으로 안내하는 보이스피싱 피해 대처 방법에는 ‘……금융감독원 또는 송금·입금 금융회사의 고객센터에 연락해 지급정지 신청을 해야 한다’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이 안내문에서도 ‘및’을 빼고 ‘금융감독원(1322) 또는 송금·입금 금융회사의 고객센터에…’라고 고치는 것이 맞다.

공공언어가 정부의 ‘전달자’로서 국민이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실어나르고 있기에, 이처럼 말 한마디로 내용이 모호해지는 점은 없는지 잘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문서 사용자를 배려하지 않고 무심하게 던져 놓은 또 다른 표현도 보인다. ‘사건사고사실확인원 발급하고’란 대목이다. 피해자는 해당 서류를 발급하는 쪽이 아니라 ‘받는’ 쪽이다. 그러니 띄어쓰기를 적절히 하여 ‘사건사고 사실 확인원을 발급받고’라고 해야 알맞다.

<부자되세요 더 마일리지 카드(체크)>란 공문서에서는 제시한 하위 항목들의 제목이 적절하지 않아 한눈에 이해가 어려운 표현이 있다. ‘이용기준 실적 및 제외 대상’, ‘마일리지 적립 서비스 제공 조건 및 제외 대상’이란 두 제목 모두 명사 나열 표현인데다가, 상반되는 두 말을 ‘및’으로 연결해 단번에 이해가 어렵다.

이는 ‘이용 실적으로 인정되는 대상 기준과 실적에서 제외되는 대상’, ‘마일리지 적립 서비스 제공 조건과 적립 서비스에서 제외되는 대상’으로 바꾸면 적당하다.

올바르지 않은 외래어 표기도 있다. 카드 혜택을 소개하면서 ‘레져’라고 쓴 대목이 있는데, ‘여가 활동’이란 뜻의 외래어는 ‘레저’라고 해야 정확한 표기이다. 또한, ‘APP 예매 포함’이란 표현에서 ‘APP’와 같은 알파벳 약자를 쓰는 것은 한글 표기의 원칙에 어긋난다. 이는 ‘앱’으로 써야 한다.

중국 출신의 이영영 씨는 “한국어가 외래어와 함께 쓰였을 때 그 표기가 틀리면 의미를 파악하는 게 어렵다”고 씁쓸해했다.   

경제 분야의 두 번째 연구로 들여다본 공문서 '보이스피싱 피해 시 대처 방법'.
경제 분야의 두 번째 연구로 들여다본 공문서 '보이스피싱 피해 시 대처 방법'.
경제 분야의 세 번째 공문서 '부자되세요 더 마일리지 카드(체크)'.
경제 분야의 세 번째 공문서 '부자되세요 더 마일리지 카드(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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