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립공원 준비 중인 광포만, 상생과 발전 방안은 ①

곤양면·서포면 사이 넓은 기수역…국립공원 편입 추진
국내 최대 갯잔디 군락이자 멸종위기종 생물 ‘보금자리’
사천시, 4.8km 생태탐방로 조성 기본계획 환경부에 제안

한려해상국립공원 편입이 추진 중인 광포만 전경.
한려해상국립공원 편입이 추진 중인 광포만 전경.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국내 최대 갯잔디 군락지이자 멸종위기종 생물들의 보금자리인 사천시 광포만의 한려해상국립공원 편입이 몇 해 전부터 추진되고 있다. 광포만 국립공원은 지역민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뉴스사천>에서는 국립공원 혹은 습지보호구역이 지역주민과 조화를 이루며 상생 발전하는 사례를 살피고, 광포만의 생태관광자원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광포만은 어떤 곳?

광포만은 사천시 서포면 조도리·외구리, 곤양면 대진리·환덕리 사이에 펼쳐진 넓은 만이다. 넓을 광(廣), 포구 포(浦)자를 써서 광포(廣浦)만으로 불린다. 과거에는 산청, 함양, 진주 등 육지에서 바다로 나가기 위해 광포나루를 이용했다.

광포만은 지리산에서 발원하는 곤양천 하구에 위치하며,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지역이다. 곤양천과 광포만이 만나는 지점에는 고운 모래톱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약 3만 3000㎡(약 1만 평)에 달하는 모래톱에는 갯잔디가 국내 최대 규모의 군락을 이루고 있다.

광포만 갯잔디 군락
광포만 갯잔디 군락

이 갯잔디 군락은 철새들의 쉼터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어패류의 산란장과 치어 생육장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광포만 인근에서 산란하는 어종은 농어, 대구, 전어, 참가자미, 감성돔, 은어, 참게 등 다양한 편이다.

광포만에서 발견되는 멸종위기 2급 대추귀고둥은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특정 멸종위기종 전체 개체수의 0.1%가 서식하면 보호 가치가 인정돼 람사르 습지로 등록할 수 있다. 대추귀고둥은 강 하구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지표생물로 우리나라의 서해안인 만경강, 동진강과 전남 영광 등의 생태계가 매우 안정된 지역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의 2019년 생태계 조사에서도 사천 광포만의 생태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광포만에서는 기수지역에 자생하는 모새달 등 희귀식물의 신규 자생지와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흰꼬리수리, Ⅱ급 검은머리갈매기 등 조류 7종을 발견했다.

멸종위기야생생물인 기수갈고둥(왼쪽)과 대추귀고둥
멸종위기야생생물인 기수갈고둥(왼쪽)과 대추귀고둥

당시 한려해상국립공원사무소는 “광포만에서 희귀식물과 멸종위기야생생물들이 서식하고 먹이망 구조가 다양한 것은 한려해상국립공원 사천지구와 연결된 지역의 생태계가 건강하고 체계적으로 잘 보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겨울 철새들의 천국 

경상남도 람사르 환경재단은 지난 2021년 광포만 습지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광포만에서 확인된 새(=조류)는 103종에 누적 개체 수는 3만 마리가 넘었다. 여름보다는 겨울에 더 많은 개체가 관찰됐다.

광포만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생물들.
광포만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생물들.

람사르 재단은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직면한 황새, 검은머리갈매기,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이 관찰된 것을 언급하며, 겨울 철새의 서식처로서 광포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검은머리갈매기 역시 200~300마리씩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광포만에서는 청둥오리와 흑부리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이 자주 관찰됐다. 황조롱이, 참매, 새매, 물수리와 같은 맹금류도 확인됐으며, 두견이, 소쩍새,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와 같은 천연기념물도 발견됐다. 몇해 전부터는 재두루미, 흑두루미 무리가 갯잔디 군락에 머무르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타 지역의 환경이 많이 파괴됐다는 뜻이지만, 사천으로서는 귀한 겨울 철새를 가까이서 만나는 기회가 됐다. 

이러한 천혜의 환경을 바탕으로 곤양면 대진리에는 중부 이남지역 최대 규모의 친자연형 연수원인 ‘KB 인재니움 사천’이 2011년께 건립됐다. 이 연수원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활용되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개발과 보존, 두 가지 시선

광포만을 끼고 있는 곤양면에서는 ‘개발’과 ‘보존’의 논리가 수십 년째 충돌해 왔다. 광포만 개발 논리는 환경단체의 반발, 정부의 공유수면 매립 불허 결정, 실입주기업 기업 부재 등으로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최근에는 사천시 곤양면 대진리 육지부에 25만㎡ 규모로 조성 중인 대진일반산업단지의 업종변경 가능성이 쟁점화됐다. 이 산단에 폐자원 소각과 재활용, 매립 등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이른바 ‘SK 대진자원순환단지’ 추진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엔 긴장감이 높아졌다. 찬성 측은 대기업 유치로 지역발전 기회를 얻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반대 측은 환경오염 우려 등으로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 상태다.

 

광포만 국립공원 편입 추진

사천시는 10년 전부터 광포만의 공유수면 매립을 통한 개발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광포만 일대 생태관광자원화, 국가정원 조성 등 생태관광 모색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실제 사천시는 지난 2020년 초양섬을 국립공원에서 완전히 제외하고 광포만을 새로이 편입하는 내용을 제3차 국립공원계획에 반영해 줄 것을 환경부에 요청한 바 있다.

사천시는 초양섬 0.054㎢(육상부 0.042㎢, 해상부 0.012㎢)를 해제해 초양섬 전체를 국립공원에서 벗어나게 하는 대신, 국내 최대 갯잔디 군락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광포만 일대 3.705㎢(육상부 0.111㎢, 해상부 3.594㎢)를 편입시켜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당시 사천시는 광포만의 국립공원 편입과 함께 광포만 둘레를 따라 생태 탐방로를 조성하는 것을 기본계획에 넣어달라고 제안했다. 만약 광포만이 국립공원에 편입된다면, 생태 탐방로 조성은 연관 사업으로 첫발을 내딛게 되는 셈이다.

사천시가 제안한 광포만 생태탐방로.
사천시가 제안한 광포만 생태탐방로.

사천시가 제안한 ‘사천 광포만 탐방로 조성 계획’에는 서포천 하구-곤양천 하구-KB인재니움-띠섬-조도로 이어지는 4.8km의 탐방로 개설 계획이 담겼다. 국립공원 편입 예정지에 육지는 포함되지 않은 탓에 탐방로는 공유수면을 따라서 구상됐다. 사천시는 공원 지정과 함께 법정 탐방로를 개설해, 광포만 습지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탐방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박동식 시장 역시 관광분야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광포만 갯벌 해양생태관광 자원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뉴스사천>에서는 국립공원 혹은 습지보호구역이 지역주민들이 조화를 이루며 상생하고 있는 타 지역 사례를 취재하고, 갈등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살피고자 한다. 또한 광포만의 생태관광 자원화 가능성을 점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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