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블랙 아담

영화'블랙 아담' 홍보물
영화'블랙 아담'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기원전 가장 강력했던 고대국가 칸다크는 현재 국제 군사 조직이 전횡을 저지르는 독재국가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러던 중 우연한 사건을 거쳐 5000년 전 칸다크 최고의 타락한 마법사 ‘테스 아담’이 깨어났다.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 마법사는 독재자를 사정없이 처단하는데, 그러니까 <블랙 아담>악이 악을 무찌르는 안티히어로 영화다.

DC코믹스가 마블의 MCU를 따라 그들의 세계관을 하나로 엮어 정리한 것이 DCEU인데,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삽질이었다. 이번에 새로운 구원자로 내세운 것이 <블랙 아담>이니 이게 무려 열한 번째 영화다.

다행히 오락 영화로서의 만족감은 DCEU 중에서는 최고다. 인지도 떨어지는 캐릭터가 화끈한 눈요깃거리를 제공하고 속 시원한 사이다 같은 매력을 사방에 흩뿌려댄다. DC코믹스의 핵심이라고 할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기대까지 끌어냈으니 제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사실 오락 영화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의 거창한 해답을 찾는 건 욕심이다. 인지도 떨어지는 캐릭터를 내세워 킬링타임의 소임과 물에 빠진 세계관을 건져낸 건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만 후발주자로서의 한계가 눈에 선하다. 등장인물이 다르고 전개가 다를 뿐 어딘가 익숙해도 너무 익숙하다는 게 문제다.

봉준호 감독이 경의를 표했던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코세지 감독은 마블 영화를 두고 테마파크라고 표현한 바 있다. 영화를 예술로 대했던 시절을 거쳐왔던 그의 ‘위험 요소를 제거’한 ‘현대 영화의 위기’에 관한 입장이었다. 즉, DC코믹스가 DCEU를 통해 마블의 MCU의 발자취를 따라간 것은 현명한 선택이나, 테마파크 영화의 공식을 고스란히 차용했다는 게 허들이 되었다.

이제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무비를 만날 때 주제의식은 빼고 테크놀로지와 산업으로서의 영화로만 대해야 하는 걸까. 뒤늦은 만큼 조금 더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못내 씁쓸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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