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륜휘 작가
구륜휘 작가

[뉴스사천=구륜휘 작가] 사천시청에 전화하기 전에 미리 대본을 써본다. “안녕하세요? 삼천포에 사는 서른네 살 청년입니다. 청년친화도시 공모사업을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사천시에서 유휴공간을 ‘청년터’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아는데요.” 대본을 써놓고도 전화를 받은 상대에 버벅거리며 묻는다. 사천시 게시판에 ‘연중 모집한다’며 올려놓은 글에 대한 문의다.

담당 부서로 전화가 넘어가는 데 한참이 걸린다. 대기시간은 언제나 길게 느껴진다. 마침내 대답이 돌아온다. “도에서 하는 공모사업이었는데, 사천지역은 탈락했습니다”라고. 그럼 글은 왜 게시해 놓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렇게 시작된 의문에 또 다른 의문이 뒤를 따른다. 그렇다면 사천시는 청년지원정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말이다.

50대인 친구는 말했다. “보통 젊은이들은 내 말을 들으면 꼰대 같다고 해.” 곰곰이 생각하다가 “나도 젊은이인데. 당신 말은 꼰대 같지 않아요”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그 친구는 “륜휘 씨는 할머니 쪽에 가깝지”. 나는 다시 생각한다. 서른네 살 할머니, 구륜휘에 대해. 새까맣고 짧은 머리. 아직은 근력이 남아있는 팔뚝과 키보드를 누를 수 있는 손가락을 가진, 까만 나이키 조거팬츠를 입고 쌀쌀한 날씨에도 반 팔을 입는 할머니.

“뭐 때문에 그러십니까?” 공무원이 물었다. 나는 다시 대본에 써놓은 대로 말한다. “독서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면 책방을 창업할 수 있는 곳이면 더 좋겠고요.”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판매시설이네요. 그런 공간은 없습니다.” 예상한 대답이다. 격앙된 목소리를 숨기며 되묻는다. “그럼 사천시에서 청년들을 위해 지원하는 다른 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한 사람의 청년으로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하자면 세금으로 생활하는 ‘국세 등골브레이커’가 되겠다는 뜻이 아니다. 사천지역은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청년 세대의 역할이 중요해진 지금 청년들이 정착해서 살 수 있는 제반 시설 마련과 청년 지원정책이 뒤따라야만 될 것이다.

청년 세대는 짧은 사회 활동으로 목돈 마련이 힘들어 창업을 시작하기도 어렵다. 목이 좋은 곳은 월세가 60만 원~100만 원 넘는 곳이 부지기수다. 1년을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1000만 원가량의 돈이 나가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사천시의 유휴공간을 알아보던 차였다.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사천시에서 ‘청년 할머니’로 살아야 할 모양이다.

사천시에서는 일자리 지원 강화, 청년주거 생활 지원, 문화·여가활동 활성화, 청년 정책 분야 강화 사업을 하노라고 홍보하고 있다. 청년을 이해해야 청년에 대한 올바른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미래 사회의 씨앗이라면 기대수명이 길어진 지금 청년은 새순쯤 되지 않을까? 식물을 기를 때 새순이 올라오면 공기가 잘 통하는지 확인해 보고 분갈이도 수시로 하고 물도 충분히 줘야 한다. 미래 사회 성장동력인 청년들을 위한 지원책이 재고되지 않는다면 꽃 피는 봄을 맞이할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청년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요약 정리하자면 이렇다. 첫째, 청년지원정책에 앞서 사천시 청년 분석이 필요하다. 둘째, 다양성에 맞는 청년들의 요구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다수 청년의 생활, 생업, 생각의 패턴을 분석한다. 여기에 맞춰 청년을 위한 진짜 정책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재 끝>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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