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갯가루 새하얀 남일대, 추억도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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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갯가루 새하얀 남일대, 추억도 반짝인다
  • 이경희 시민기자
  • 승인 2022.10.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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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최치원 선생이 지은 이름…‘남해안서 가장 빼어난 곳’
반짝이는 하얀 모래와 옥빛 바다…조개 구이도 ‘명물’

※ ‘사천여성회가 만난 사천·사천사람’ 코너는 사천여성회 글쓰기 모임에서 채우는 글 공간입니다. 사천의 여러 동네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

 

중년 나이가 된 이가 삼천포에서 추억의 장소를 찾는다면, 그건 아마도 이 지역에서 하나뿐인 해수욕장, 남일대가 아닐까? ‘경남 사천시 향촌동 모례마을’에 자리한 ‘남일대’는 신라말의 유명한 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지어 준 이름이다. 그가 망국으로 들어선 신라에서 벼슬길을 버리고 택한 길은 유랑이었다. 특히 경주 출신이었던 최 선생은 부산에서 여수까지 한려수도 바닷길 300리를 즐겼다. 그때 남일대를 보고 남해안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곳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남일대’라 이름 지었다.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 누구와 오더라도, 언제 오더라도 좋은 남일대” 풍경이다.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 누구와 오더라도, 언제 오더라도 좋은 남일대” 풍경이다.

남일대는 유난히 반짝이는 작은 백사장을 자랑한다. 게다가, 푸른 바다 위에 우뚝 선 아름다운 코끼리 바위를 품고 있다. 남일대 바다를 보려면 삼천포터미널에서 하이, 월흥, 덕명으로 가는 10번 버스를 타면 된다.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내비게이션에 검색해 안내를 따르는 것이 쉬운 방법이겠다. 부두 주차장을 돌아 약 15분쯤 지나면 ‘남일대 해수욕장’이라고 쓰인 파란색 표지판이 서 있는 모례마을 입구가 보인다. 

남일대 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입구.
남일대 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입구.

지금은 큰 찻길이 생겨 어림없는 일이지만 내가 어릴 적엔 이 길을 걸어갔다. 옷 안에 미리 수영복을 입고 고무 튜브는 목에 걸치고 우리 자리를 표시할 귀한 우산도 꼭 한 개 챙겼다. 한동네 사는 친구, 언니, 오빠, 동생들과 삼삼오오 뭉쳐 노래를 부르며 걷다보면 금세 도착하곤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사철 푸른 ‘종가시나무’ 가로수가 늘어 서 있다. 참나무과 도토리나무의 일종으로 난대성 식물이다. 물 건너온 줄 알았는데, 원산지가 한국이란다. 가을이면 주민들이 잘 익어 떨어진 도토리를 제법 주워간다. 

가로수를 따라 언덕배기를 걸어가면 5분도 지나지 않아 모례마을이 보이고, 곧바로 넓은 주차장이 나타난다. 식수대, 쉼터, 화장실이 있는 위쪽 주차장은 평소에 캠핑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지인들과 한두 번 왔었는데 특히 멀리 바닷소리를 배경으로 하는 ‘불멍’이 좋았다. 

남일대는 매년 7월이면 해수욕장을 개장한다. 예전에는 주차장 한쪽에 마을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공공 샤워장과 소규모 구판장이 있어 개장에 맞춰 문을 열었다. 예전에는 모래사장 바로 앞에는 오래된 가게가 하나 버티고 있었는데, 지금은 헐리고 작은 로터리가 만들어졌다. 남일대를 찾았던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그 집 커피 자판기를 이용했을 것이다. 바람이 세차던 겨울 바다에서 뜨겁게 반겨주던 달콤한 밀크커피가 고마웠다. 

주차장 바로 앞은 남일대의 명소 해수욕장이다. 하얀 모래밭 끝에 옥빛 맑은 바닷물이 넘실대며 반기는 지점이다. 양쪽 끝에는 아직 큰 돌과 바위들이 남아 있어 수영할 때 조심해야 한다. 특히 썰물 때는 굴 껍데기 박힌 돌덩이에 자주 할퀴어서 피가 났던 기억이 많다. 

지금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철거되었으나 예전에는 바다 한가운데 빨간색 다이빙대가 있었다. 용기를 낸 사람들이 잔뜩 폼을 잡고 뛰어내리던 장면이 아찔하게 떠오른다. 겁이 없던 나 역시 ‘폼생폼사’,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바다를 즐겼다. 이제는 위험 요소는 빼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에코라인’이 생겼다. 바다 위 하늘을 가로지르는 에코라인은 5,000원에서 8,000원 사이의 요금을 내면 누구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주말이면 줄을 서도 자리가 없어 먹기 힘든 남일대 조개구이.
주말이면 줄을 서도 자리가 없어 먹기 힘든 남일대 조개구이.

실컷 놀다 허기가 질 때쯤, 먹거리가 있는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가게들도 세월 따라 나이를 먹었는데, 모양새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조개구이, 새우구이, 통닭, 어묵탕, 해산물, 해물라면 등등 다양한 먹거리를 팔고 있다. 그중에 특히 조개구이와 새우구이는 주말이면 줄을 서도 자리가 없어 먹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 바닷가에 먹는 해물라면과 소주 한 잔을 추천한다.

남일대의 명물, 코끼리 바위. 코끼리가 바다에 코를 박고 물을 먹는 모양이다.
남일대의 명물, 코끼리 바위. 코끼리가 바다에 코를 박고 물을 먹는 모양이다.

먹거리가 가득한 가게들을 지나 산책길로 몇 걸음 옮기면 코끼리 바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왼쪽 벼랑길이 사라지고 처음 보는 ‘하늘다리’가 생겼다. 그 느낌이 참 좋다. ‘코끼리 바위’는 바다에 코를 처박고 있는 형상이 마치 코끼리가 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늘다리 입구에는 물을 뿜어내는 듯한 코끼리 형상의 조형물이 있다. 포토존으로 만들어졌을 텐데 살짝 옆으로 물을 머금는 코끼리바위까지 같이 찍으면 좋을 것 같다. 예전에는 물이 빠지면 코끼리바위 가까이 까지 직접 걸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새로 만든 길이 파도로 파손되어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조갯가루 반짝이던 모래 속에 몸을 묻은 이들은 자취를 감췄지만, 예나 지금이나 청춘들은 기타를 둘러메고 모래사장에 둘러앉아 별이 지칠 때까지 여름을 노래한다. 추억을 더듬어 오신 당신과 나도 한때 여기서 모닥불 마주하고 만난 사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와 주변은 조금씩 변하지만, 바다는 변함이 없다. 바다의 썰물처럼 오고 가는 시간 속에 추억들이 켜켜이 쌓여 누구와 오더라도, 언제 오더라도 좋은 남일대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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