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가을이다. 온 들녘이 노란 물결이다. 두 번의 태풍도 농민의 마음을 헤아려 주었다.

그런데 함안에 사는 빈 씨 성을 가진 농사꾼이 2001년에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을 보면 40kg 벼 한 가마에 5만 원은 생산비에 못 미친다고 “농민 등치는 농협 수매가 5만 원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21년이 지난 지금도 40kg 벼 한 가마에 4만 3천 원이라니, 현실은 농민의 마음(農心)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요즘 배춧값이 심상치  않다. 이달 들어 배추 도매가격이 10kg에 2만 원으로 지난달보다 36%, 1년 전과 비교하면 1.7배 상승한 것이라 가을 김장철이 걱정이다.

여기에 모든 물가가 오르고 있어 걱정이 태산인데, 오직 오르지 않는 것은 쌀값이다. 오히려 쌀값은 1977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고 비축미는 쌓여만 가고 있다.

농업기술의 발달과 재해가 없어 생산은 넘치는데, 소비는 점점 줄어드는 모양이다. 밥보다 빵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다가, 정부의 소극적 대응도 한몫한 듯싶다. 이런 마당에 어떻게 하면 쌀 소비를 늘릴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조선 시대에는 한양으로 들어오는 쌀이 죄다 삼해주(三亥酒) 빚는 데 쓰였다’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술 소비가 많았다는 뜻이다. 술을 빚는 데 쌀이 너무 소진되어 쌀값이 뛰자, 결국 영조 임금은 금주령을 내렸을 정도였다.

역시 쌀 소비에는 술만 한 것이 없다. 조선 시대에는 집 가(家)에 술 빚을 양(釀)자를 써서, 집집이 술을 빚는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었다.

그런데 오늘날 양조장들은 쌀을 거의 수입해 술을 빚고 있다. 이러니 우리 농민이 땀 흘려 농사지은 쌀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이다. 이제라도 양조장 술을 사서 먹을 게 아니라 술을 직접 빚어 먹자. 그래야 우리의 전통문화도 살리고 가양주 문화도 되살릴 수 있다. 농민들의 주름살도 따라 펴질 것이다.

쌀값은 농민 값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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