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영조 시민기자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구정이란 '舊正'으로 신정 곧 '新正'이 양력설을 말하는 데 견주어 음력설을 그렇게 한때 불렀습니다. 이는 일본제국주의 영향이며 그들은 명치 이후 음력을 버리고 양력을 쓰면서 우리나라 고유의 음력설을 이중과세라 하여 중지시키고 자기네 명절을 따르도록 한데서 생긴 말입니다.

수천년 내려오던 우리 겨레의 최대 명절인 설은 <고려사>에 설날, 대보름, 한식(寒食), 삼짇날, 단오, 한가위, 중양절(음력 9월 9일), 팔관회(음력 10월 15일), 동지를 ‘구대속절(九大俗節)’로 지낸다 했고, 조선시대에도 설날, 한식, 단오, 한가위를 4대 명절로 꼽을 만큼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오래된 전통이었습니다. 중국 사서인 <수서(隋書)>를 비롯한 여러 문헌에도 신라인들이 설날 아침에 서로 인사하며, 임금이 신하들을 모아 잔치를 베풀고, 이 날 일월신을 배례한다고 기록되어 있지요.

조선총독부는 1936년 ≪조선의 향토오락≫이란 책을 펴낸 이후 우리말, 우리글, 우리의 성과 이름까지 빼앗고 민속놀이를 금지했지요. 또 이들은 민족정신을 없애려 한 맥락에서 우리의 설날을 ‘구정’이라고 깎아내렸던 것입니다. 이런 그들의 저의를 그대로 받아들여 아직도 우리는 "구정"이란 말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겨레의 명절인 설날은 광복 이후도 줄곧 양력설에 눌려 기를 못 폈습니다. 하지만, 국민은 한결같이 설날을 지켜왔으며 드디어 정부가 1989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고쳐 설날인 음력 1월 1일을 전후한 3일을 공휴일로 함에 따라 이젠 설날이 완전한 민족명절로 다시 자리 잡게 되었지요. 늦었지만 이제부터는 일제의 의도된 한민족 깎아내리기로 쓰이던 말 '구정'이란 말을 버리고 꼭 '설날'이란 말을 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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