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22 쉬운 우리말 쓰기 : 외국인도 알아듣는 쉬운 우리말⓽ 생활 한국어Ⅱ

말과 글은 누군가가 알아듣기 쉽게 써야 한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공공언어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쉽게’ 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이 물음에 ‘외국인이 알아들을 정도면 누구나 알지 않을까’라는 대답으로 이 보도를 기획한다. 공공 기관에서 나온 각종 안내문을 외국인들에게 보여 주며, 쉬운 우리말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사람들의 생활 양식이 다양해지고 새로운 생활상이 도입되면서 한자어, 일본어, 영어 등 다양한 외래어와 외국어가 유입되고 있다. 새로운 개념이 생겨날 때마다 이를 지칭할 새로운 말이 필요해지는데, 이를 외국어에서 빌려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층마다, 세대마다 새로운 말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다. 이 속도는 새로운 말이 외래어나 외국어일수록 차이가 크다. 따라서 우리는 남녀노소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써야 한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떠오른 ‘언택트’, 1인 기업 혹은 프리랜서가 늘어나며 생긴 ‘코워킹 스페이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리유저블 컵’. 이들은 단어만 보았을 때 의미를 쉽게 유추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비대면’, ‘공유 업무 공간’, ‘다회용 컵’은 어떤가? ‘언택트’, ‘코워킹 스페이스’, ‘리유저블 컵’보다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사업명에도 외래어가 많이 쓰인다. 영어와 한자어를 혼합한 사업명인 ‘노노케어(老老care)’는 건강한 노인이 돌봄이 필요한 노인을 돌보는 사업을 말한다. 즉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는 뜻이다. 또한 도시 환경이 쾌적하도록 도시 곳곳에 작은 친환경 화단을 조성하는 사업에는 ‘에코 스페이스’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전부터 있던 상수도관 정비 사업에 ‘스마트 클린워터 정비’라는 외래어 사업명을 새롭게 붙이기도 한다.

어떤 이는 더 전문적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또는 세계화에 발맞추기 위해 외래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서 2020년에 국민의 언어 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외래어나 외국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을 보면 ‘잘난 척하는 느낌이 든다’라는 응답이 20% 이상을 차지한다. 외래어나 외국어를 많이 사용하면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외래어가 쓰인 사업 이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국민이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비비드한 컬러(선명한 원색)’, ‘머스트 해브 아이템(꼭 사야 할 물건)’ 등 우리말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으로 나타내곤 했다. 패션 업계의 이러한 글투는 ‘보그체’라고 조롱받았다. 쉬운 우리말 표현을 두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할 어려운 외래어를 사용할 이유가 있을까? 낯선 외래어 대신 친숙한 우리말을 더 많이 사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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