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미리아파트 작은 도서관 사서 박혜숙 씨
“추천한 책 회원들이 재밌게 읽으면 뿌듯”

※ ‘사천여성회가 만난 사천·사천사람’ 코너는 사천여성회 글쓰기 모임에서 채우는 글 공간입니다. 사천의 여러 동네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

미디어가 부족했던 예전에는 책에서 세상의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길어지는 밤에 책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설렘,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 얻는 지혜, 상상의 샘물을 퍼 올리는 재미 모두 책이 주는 별미다. 하지만 때로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하다. 이때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 지킴이 박혜숙 씨는 명쾌한 추천으로 고민을 녹여준다. 그녀는 책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서 무슨 책을 읽을지 망설이는 사람에게 그 취향에 딱 맞춰 책을 내민다. 대부분 추천받은 책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 요즘은 그녀가 추천해 준 책을 1순위로 빌린다. 그녀가 풀어내는 책 이야기가 매우 재밌어서 냉큼 읽어보고픈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가을이 시작되던 9월의 어느 날, 서가 정리와 대출 반납 체크로 하루를 시작한 그녀를 만나 ‘도서관 이야기’를 들어봤다.

훼미리 작은 도서관을 10년째 지키고 있는 박혜숙 씨.
훼미리 작은 도서관을 10년째 지키고 있는 박혜숙 씨.

훼미리아파트 작은 도서관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짧은 시간 열어요. 사천시민 누구나 이용 가능한데, 주로 아파트 입주민과 인근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들과 주부들이 많이 오죠.

언제부터 도서관 지킴이를 하셨나요?

제 딸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면서 작은 도서관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저도 책 읽는 게 좋아서 시작했는데, 도서관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컸어요. 내 아이뿐 아니라 동네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면서 아이를 돌봐주는 공간이기도 했어요. 육아뿐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보람이었죠.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도서관에서 어울려서 함께 지내는 동안 아이도 성장했지요. 그 과정에서 감사함과 기쁨이 많았어요. 지금은 10년이 지나 우리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네요. 우리 아이는 이제 도서관에 자주 못 오지만, 동네 아이들을 돌보며 그때 받았던 감사함을 나누고 있어요.

도서관 이용 주민들에게 박혜숙 씨의 ‘책 추천’은 인기가 좋다.
도서관 이용 주민들에게 박혜숙 씨의 ‘책 추천’은 인기가 좋다.

도서관에서 책 대출 외에 어떤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나요?

사천시 보조금 사업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도서관 회원을 대상으로 뜨개질 모임, 천연제품 만들기, 필사 모임 등을 진행했죠. 회원들이 스스로 만들고 참여하는 색 연필화 수업과 독서 모임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운영에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 있을까요?

책값은 오르는데 도서 구입비 지원은 늘지 않아서 신간 도서를 사는 것이 어려워졌죠. 정해진 금액 안에서 이용회원들의 희망 도서 신청을 받은 후 운영위원들의 선별로 구입하고 있는데 새로 나온 좋은 책을 충분히 사지는 못해 아쉬워요. 그리고 이곳은 폐창고를 개조해 만들었기 때문에 공간이 좁은데다, 여름에는 너무 습하고 겨울에는 추워요. 화장실도 멀리 있어서 쉽게 이용하기가 어렵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오래 머무는 곳이라 좀 더 쾌적할 수 있게 환기를 자주 해요. 공간 정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고요.

동네 아이들에게 작은도서관은 책 읽고 놀며 ‘자라는 곳’.
동네 아이들에게 작은도서관은 책 읽고 놀며 ‘자라는 곳’.

도서관 운영에서의 보람 있다면요?

책을 가까이 두고 읽을 수 있어 제일 좋아요. 제가 추천해준 책을 도서 회원들이 재미있게 읽었다고 이야기해줄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엄마 등에 업혀 오던 갓난쟁이가 초등학생이 되어 스스로 도서관을 찾아오면 참 반가워요. 아이들이 “이모”하고 부르며 들어오는 순간부터 제 아이를 대하듯 오늘 무엇을 했는지 뭘 먹었는지 얘기를 나누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고요.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우리 도서관은 동네 엄마들의 ‘인생 공감’을 나누는 곳이기도 해요.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육아 정보도 나누고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엄마들은 절로 ‘힐링’이 되거든요. 한동안 코로나로 만남도 커피 한잔도 어려웠지만 오랫동안 같이 했던 시간이 있어 버틸 수 있었어요. 약속 시간까지 잠시 여유가 생긴 주민들도 도서관을 들러서 시간을 보내고 가십니다. 우리 동네 도서관이 그런 편안함과 안전한 공간이 될 때 지킴이를 하는 자부심을 느끼게 되네요.

훼미리 작은 도서관 전경.
훼미리 작은 도서관 전경.

도서관 운영에 있어서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아이와 엄마들의 이용이 가장 많은 만큼 환경이 개선되면 좋겠어요. 도서 지원비 뿐 아니라 인건비와 프로그램 비용도 확대되어서 주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배울 수 있길 바라지요. 사서 역량 강화 수업도 있었으면 하고요. 여러 프로그램을 엄마들의 재능기부로 운영하는데, 아이가 어려서 직장 생활을 할 수 없는 엄마들이 편안하게 아이를 돌보면서 일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더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혜숙 씨의 바람을 들으며 한 아이 뿐 아니라 한 사람이 살기 위해서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작은 도서관은 살기 좋은 마을에 꼭 필요한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깊어지기 전, 한 권의 책과 각자가 사는 동네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좋겠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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