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육사오(645)

영화 육사오(사진=영화홍보물)
영화 육사오(사진=영화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너무나 익숙한데 조합하고 보면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가 있다. ‘로또’와 ‘군인’이 그렇다. 소시민의 경제적 신분 상승을 꿈꾸게 만드는 ‘로또’와 남자들 술자리 안주로 절대 빠지지 않는 ‘군인’은 이리저리 끼워보고 맞춰봐도 어색한 조합이다.

그런데 이게 어울린다니, 신선하고도 신선하다. 우연히 주운 1등 당첨 로또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이 기발한 양질의 설정 하나가 별다른 기술을 넣지 않고도 러닝타임 내내 ‘빵빵 터진다.’ 오랜만에 극장 여기저기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나무랄 데 없이 깔끔하다.

<육사오(6/45)>는 크게 욕심부리지 않는다. 배우들은 캐릭터에 충실하고 유머 포인트도 무리한 설정이 없다. 아주 기본에 충실한데 웃긴다. 코미디 영화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연출이다. 어설픈 신파나 감동에 욕심부리지 않고, 남북 군사분계선이 등장하지만 어떠한 정치나 메시지도 없이 오직 ‘웃음’ 하나만 집중한다.

군데군데 과욕이 보이긴 하나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이마저 묘하게 설득되는 끌림이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영화 <육사오(6/45)>의 매력이자 동력인데 터무니없음에 웃음이라는 외연을 씌워 끝까지 쉬지 않고 달려간다. 오랜만에 찾아온 힘이 좋은 코미디 영화다.

여름 성수기에 거의 동시다발로 개봉한 한국 영화 4대 대작이 물러가고 그 빈자리에 마치 “까꿍” 하듯이 유쾌하게 치고 들어왔다. 그리고 성공적이다.

모든 영화가 다 걸작일 수는 없고 모든 영화가 다 스펙터클일 수 없고 모든 관객의 취향이 다 이쪽으로 쏠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정확히 알고 정확히 조준한 영리함이 돋보인다.

사회 전반에 웃을 일 없고 웃음이 사라지는 요즘, 가끔은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가 필요한 법이다. 선을 넘으려면 이렇게 확실히 넘어야 한다. 지금 아무 생각 없이 마음껏 웃고 싶은 당신이라면 무조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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