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고양이, 책, 그림…아름다운 것들이 많으니 제 할 일도 많아요”
수강생들이 색연필 긋는 소리로 스트레스 풀 때 보람 느껴

※ '사천여성회가 만난 사천·사천사람' 코너는 사천여성회 글쓰기 모임에서 채우는 글 공간입니다. 사천의 여러 동네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

사천행복교육지구 마을교사, 함께만드는협동조합 언니네 조합원, 한보훼미리 작은도서관 색연필화 강의 그리고 길고양이 돌보기까지 박수정 씨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사천행복교육지구 마을교사, 함께만드는협동조합 언니네 조합원, 한보훼미리 작은도서관 색연필화 강의 그리고 길고양이 돌보기까지 박수정 씨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뉴스사천=윤경신 시민기자]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이 되면 ‘한보훼미리 작은도서관’에는 책 대신 스케치북이 펼쳐진다. 동백, 목련, 장미 등 계절과 상관없이 흰 종이에 어여쁜 꽃을 피워내는 색연필화 수업 때문이다. 예닐곱 명의 회원들을 지도하는 이는 색연필화 강사 박수정 씨다. 색연필로 일상에서 그림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 있다. 긴 웨이브 머리에 레이스 블라우스, 원피스형 앞치마를 입고 있는 그녀에게서 은은하게 금목서 향이 난다. 늘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박수정 씨와 짧지만 알찬 대화를 나눴다.

지금 맡고 계신 일은 무엇입니까?
=사천행복교육지구 마을교사로 단기간 색연필화 수업을 하고 있어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화요일에 함께만드는협동조합 언니네, 금요일에 한보훼미리 작은도서관에서 하고 있고요.
 

색연필화 수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한동안 그림을 쉬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집에 있던 색연필로 그림을 그렸는데 접근도 편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어요. 때마침 언니네 카페에서 색연필화 수업을 제안해 주셔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박수정 씨의 색연필화 작품.
박수정 씨의 색연필화 작품.

색연필화는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요즘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행하고 있는 식물세밀화인 보태니컬아트에 색연필이 많이 쓰이는데요. 색연필의 섬세함과 풍부한 색감이 식물표현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죠. 그림에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인 사람들이 많아요. 색연필화라고 하면 어린 시절에 했던 색칠 공부처럼 간단한 그림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떻게 색을 덧칠하느냐에 따라 수채화 느낌도 나고 유화 느낌도 납니다. 그림에 대한 경험이 없는 초보자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어요. 색의 기초작업을 익히고 원그림을 본떠 그린 후 색의 농도를 익히고 나선 꽃, 동물, 인물 등 다양한 주제로 창작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됩니다. 배운 후에도 색연필이라는 간단한 도구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꾸준히 평생 그림을 즐길 수 있게 되지요.

수업을 진행하면서 보람이 있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마을교사로 학교에 단기간 수업을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시큰둥한 반응들이었는데 학기 수업이 마쳐 갈 즈음 색연필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매우 재밌어했습니다. 그 이후로 SNS 친구 신청이 오면서 연락을 계속하게 됐는데 참 뿌듯했습니다. 
성인반에서는 3년 동안 참여하면서 실력이 늘어나는 분을 볼 때 뭐라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껴요. 무엇보다 실력과는 상관없이 ‘사각사각’ 색연필 긋는 소리에 기대어 이런저런 불안과 걱정, 스트레스를 풀어버린다는 회원님들의 이야기가 힘이 되었습니다. 오롯이 그림그리기에 집중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생각이 정리되면서 치유가 되는 느낌이라죠! 색연필화의 매력을 함께 느끼고 공유해주실 때 보람을 느낍니다.

아이들과 색연필화 매력을 공유하는 수업 시간.

색연필화 외에 다른 활동을 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함께만드는협동조합 언니네 조합원으로 베이커리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헨젤과 그레텔’에서 나온 과자집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빵 만드는 걸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살고 또 그걸 표현하고 싶은데,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것들은 꽃, 고양이, 책, 그림, 음악, 엔틱, 요리 등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것들이 많아서 제가 할 일이 많네요. 

앞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색연필화 수업을 진행하면서 성인반 작품이 많아졌습니다. 언젠가는 회원님들의 그림으로 전시회를 하고 싶어요. 전 고향은 사천이지만 타 지역에서 오래 살다 왔거든요. 즐겁고 좋았던 곳이 많지만 자연을 닮은 사천 사람들이 좋아요. 표현방식은 거칠어 보이지만 속은 따뜻하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생명력과 포용력이 느껴집니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든든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아름답게 살 거예요.

“곁에 사람들이 있어서 든든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인생관이 담긴 글귀를 들려줬다.
헤르만 헤세가 남긴 명문이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아름답게 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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