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비상선언

영화 비상선언 (사진=영화홍보물)
영화 비상선언 (사진=영화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항공기에 테러범이 탑승했다. 바깥으로의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에 바이러스까지 퍼졌다. 그래서 항공기가 더이상 운행하지 못하고 무조건 비상식적인 착륙을 해야 하는 상황, 비상선언이다. 국내에서는 거의 제작되지 않는 항공 재난 영화인 <비상선언>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트라우마 두 가지 ‘세월호’와 ‘팬데믹’을 연상케 한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박해준, 임시완 등 캐스팅 면면을 보면 너무나 화려해서 이게 과연 현실인가 싶다. 기대만큼 시작도 힘이 넘쳐서 도입부의 테러와 바이러스 공포는 오금이 저릴 정도다. 그런데 어느 순간 뜻하지 않은 난기류를 만나고 하나둘 나사가 어긋나면서 힘겹게 굴러가던 자전거는, 골인점에 도달해서는 산산이 분해되는 처참 무인지경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오호, 통재라!

어떻게 이만큼 대단한 배우들을 모았을까 싶을 정도의 호화 캐스팅은 모기 보고 칼을 빼 드는 수준(見蚊拔劍)의 낭비가 되어버렸다.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간 게 아니다. 방향을 찾지 못하고 헤매던 선장 탓이다. 입으로만 대책을 외치는 무능한 공공시스템을 성토하고, ‘가만히 있’지 않고 고군분투하는 개인도 챙겨야 하고, 스릴과 서스펜스 넘치는 액션도 보여주고 싶고, 감동을 위한 신파도 집어넣어야 한다. 이 모든 걸 다 보여주고 싶어서 이쪽으로 가자, 저쪽으로 가자, 아니 일단 무조건 노 젓고 보자고 막무가내 운행을 지시하는데 산으로 달려갈 수밖에. 순항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착륙정도는 기대했건만 공중 어딘가로 날려가 버린 <비상선언>은 올여름 가장 실망스러운 영화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도 임시완이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열연은 확실히 눈에 들어온다. 전도연, 송강호, 이병헌의 연기가 실망스러웠다는 게 아니다. 이 출중한 대배우들의 거대한 연기의 향연에서 임시완은 자기 존재감을 확실히 세웠다. 아직은 연기력보다는 신선함이 더 커서일 수도 있겠으나, <비상선언>의 수많은 결점을 눈감을 수 있게 한 매력임은 분명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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