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2 쉬운 우리말 쓰기 : 외국인도 알아듣는 쉬운 우리말⑥ 복지 분야Ⅰ

말과 글은 누군가가 알아듣기 쉽게 써야 한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공공언어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쉽게’ 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이 물음에 ‘외국인이 알아들을 정도면 누구나 알지 않을까’라는 대답으로 이 보도를 기획한다. 공공 기관에서 나온 각종 안내문을 외국인들에게 보여 주며, 쉬운 우리말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뉴스사천=심다온 기자]지난해 여름,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된 국민에게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으로 1인당 25만 원, 4인 기준으로 한 가구당 100만 원을 지급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민의 80% 이상이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으니, 국민 대부분이 지원금 신청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복지 분야의 첫 번째로 살펴본 공공안내문은 당시 행정안전부가 배포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가이드라인>이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이 안내문을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찾은 대목이 ‘지원 대상’일 것이다. ‘내가 이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확답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는 신청 방법을 눈여겨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안내문에서 한눈에 ‘쏙쏙’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 내용임에도, 굳이 고된 표현을 택한 몇몇 부분들이 발견된다.

아일랜드 출신의 오인 씨는 이 안내문 첫 줄에 등장한 ‘…건보료를 비교하여 대상 여부 결정’이란 대목에서 “‘건보료’가 건강과 돈을 줄여 놓은 말인 줄 알았어요. ‘건강 보험료’를 말하는 건지 몰랐어요”라고 난감해하며 말했다. 대상조회 항목의 ‘건보공단 홈페이지’란 말에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줄여 ‘건보공단’으로 쓴 게 눈에 띈다. 이 두 개의 줄임말이 주는 당혹스러움은 외국인만의 몫일까. “공문서를 읽을 때 줄임말이 있을 거라곤 생각을 안 하니까, 이 두 단어가 줄임말인 줄 몰랐다”라는 중국 출신 이영영 씨의 말을 되새겨보면, 사람들이 공공안내문을 대할 때의 기대와 마음을 일부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도 각자 다양한 언어적 배경을 가졌음을 배려한다면 본말을 쓰는 편이 더 낫다. 꼭 줄임말이 필요하다면, ‘건강 보험료’,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는 본말을 처음에 밝혀 쓴 후에 ‘이하 건보료’, ‘이하 건보공단’을 괄호와 함께 쓰면 된다.

‘…거주불명자 어느 지자체에서나 신청 가능’이란 부분에서 ‘지자체’라는 줄임말도 ‘지방자치단체’ 혹은 ‘시‧도·군’이라고 직접 밝혀 쓰면 누구나 이해하는 쉬운 안내가 된다. 위 문장에서 줄임말 외에 한 가지 더 꼬집어 보자면, 조사가 빠져 있어 문장이라고 보기 어려운 표현이다. 이를 고쳐, 다음과 같이 ‘거주 불명자’ 뒤에 쌍점을 쓰거나 문장 형식으로 쓸 수 있다. ‘거주 불명자: 어느 지자체에서나 신청 가능’, ‘거주 불명자는 어느 지자체에서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다면? 찾아가는 신청을 이용하세요’라는 문장에서는 서술어와 목적어의 호응이 일치하지 않아 매우 어색하다. ‘찾아가다’와 ‘신청’의 주체를 구분 없이 툭 던져놨다. 찾아가는 것은 정부에서 찾아가는 것이고, 신청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신청하는 것이다. 사업의 이름이라 고유명으로 간주한다면 문장 안에서 작은따옴표 등을 사용해 구분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다시 쓰면 ‘거동이 불편하다면?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를 이용하세요!’라고 하면 된다.

위 문장 바로 아래에 나와 있는 ‘…찾아가는 신청 요청 시…’에서도 ‘…찾아가는 서비스 요청 시’라고 해야 명확하다. ‘알림 신청’이라는 표현은 내용을 잘못 쓴 문법적 오류다. ‘알림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이지, ‘알림’을 신청하는 게 아니다. 이는 ‘알림 서비스 신청’으로 바꿔써야 올바르다.

이처럼, 많은 내용을 짧게 줄여서 담으려고 하면 공문서는 어렵고 낯설어질 뿐이다. 공공언어는 쉬워야 하고 올바르게 쓰여야 한다.

복지 분야의 첫 번째 공공안내문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가이드라인’.
복지 분야의 첫 번째 공공안내문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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