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지역문화 행사에 지역 문인이라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우리 지역 문인협회 회장님의 강한 의지에 힘입어 이번 달 7일, 사천문화재 야행 행사를 모처럼 구경하였다. 대교공원의 공연 무대를 중심으로 인근의 대방진굴항 야경 및 역사 조명(照明) 등(燈) 전시, 사천바다케이블카와 연계한 각산 봉수대 야외무대에서의 민속 공연이 주축을 이룬 여름날 한밤의 시원하고 오래 기억에 남을, 정감어린 행사였다. 

대교공원을 출발하여 군영숲을 지나 굴항에 하차했다가 다시 대교공원으로 회항(回航)하는 마차 같기도 하고 열차 같기도 한 느낌의 순환차가 낭만을 더했다. 대교를 밝히는 조명과 항구와 섬들에 점점이 밝혀진 불빛이 정다운 야간 케이블카도 타기 잘했다는 생각을 거듭 들게 했고, 봉수대 곁 야외무대에서 맛본 사물놀이 탈춤 변검 공연은 이 행사가 내년에도 있다면 꼭 다시 와 봐야 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하기에 충분한 감동을 주었다. 

지역을 특징 짓는 소재를 꼽으라면 아마도 문화적인 것이 주류를 이루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 주류는 오랜 전통이 쌓인 것이다. 전통은 또 바위가 파도에 휩쓸려 돌이 되고 그 돌이 또 닳고 닳으며 둥근 자갈로 우리에게 다가오듯이 부침(浮沈)을 거듭하면서 오랜 단련 후에 우리에게로 전해져 오기 마련이다. 어떤 형태로든, 우리 지역의 문화적 전통이 이런 행사의 아름다운 그림자 속에 오래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사천 문화예술창작집단울림’이라는 직함을 가진 단체에서 마련하는 시담시담(詩談時談) 행사도 우리 지역 문화 전통의 한 맥을 이을 행사로 생각된다. 이 단체의 사무국장이자 와룡산 백천마을 초입의 예술창작소 ‘꿈꾸는 달팽이’ 대표가 주축이 된 이 행사가 우리 지역에서만 벌써 몇십 회를 헤아릴 것 같다. 주로 지역의 명망 있는 시인을 초청하여 대담을 통해 그 시세계를 조명하고 그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부르며 때로 무용 등의 예술도 선보이는 행사다. 

지난 20일에는 노산공원 남쪽 끝 101까페 앞 야외무대에서 우리 지역 신수도 출신 시인 김학명 씨를 초청한 ‘제53회 울림이 있는 문학콘서트 詩談時談’ 행사가 ‘2022, 다시 사천에 스며들다’라는 부제 하에 열렸다. 김학명 씨는 고향 신수도의 풍물과 언어를 정감 어린 시어로 쉽게 표현한 시로 늦깎이 시집 『섬섬섬, 그섬들은』을 2021년에 펴낸 바 있다. 어부였던 아버지를 회고한 시 「섬섬섬, 그섬들은」 이 이 시집의 제목이 된 시다. 다소 길지만, 장담컨대 지루하지 않은 이 시를 전문으로 소개한다.

“오늘같이 주룩주룩
비 내리고 대숲 바람 부는 날

울 아부지 집 뒤란에 숨겨둔
도가지 소주 한 바가지로
얼큰해 지시면
줄줄이 줄줄이로 읊어주시던
사량도 수우도 두미도 남해
욕지도 금오도 백도 광도
선축도 초도 거문도
청산도 여서도 소안도 보길도
추자도 관매도 거차군도
가거도 만재도 상태도 하태도
암태도 흑산도 홍도 대륜도
그 먼 먼 섬들의 길에서
젊음의 외줄낚시 드리우며
폭풍우 이겨내고 살아온 날들
휠체어 앉아서도 저 멀리 미조바다

“갈 수 있다 아이가”
“백도에 지금쯤 뽈래기가 피었을 낀데”
울 아부지 하늘나라에서도
머나먼 섬 섬 섬, 그 섬들을
다 외우시고 계실까.”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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