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뉴스사천=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여름방학’이라는 말은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행복한 말이다. 누구나 여름방학에 얽힌 추억 한두 개 정도는 있을 것이다. 참 아름답고 즐거운 시간이라고 기억한다.

내 학창 시절엔 종일 냇가에서 멱을 감으며, 은어나 메기 등의 물고기를 잡으며 놀았다. 피부가 새까맣게 타다 못해 몇 번이나 벗겨져 밤에는 따가워 잠도 자지 못할 정도였다.

친구들과 어울려 무전(無錢)여행을 갔던 일은 어제 일처럼 아직도 생생하다. 배낭에 숙식 도구와 음식을 준비하고 에어컨도 없는 숨 막히는 콩나물 버스를 이용하여 밀양 얼음골에 갔다. 얼음골 입구 냇가에서 물놀이하며 피서(避暑)를 하였는데, 한 친구가 집으로 돌아갈 때는 걸어 돌아가는 무전여행을 해보자는 엉뚱한 제안을 했고, 모두가 동의하여 실행에 옮겼다. 

시골 아이들에게 밀양 얼음골에서 사천까지 걸어서 무전여행을 한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으며 무모하기까지 한 엄청난 모험이었다. 밥 한 톨 얻어먹지 못하고 창피하게 쫓겨나기도 했으며, 걷기가 너무 힘들어 똥을 실은 경운기를 얻어 타기도 했다.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서로에게 의지하는 법과 힘을 합쳐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경험했다. 내리쬐는 땡볕을 피해, 새벽과 밤을 이용해 걸으면서 엄청난 후회를 했고, 밥때가 되면 남의 집에 들어가는 뻔뻔함(?)과 얻어먹을 수 있는 기술, 넉살이라는 배움도 얻었다. 지금도 입가에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즐겁고 무모한 추억이다.

그렇게 놀다가도 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면 부모님의 호된 질책과 방학 숙제에 대한 부담감으로 책상머리에 앉게 된다. 책도 빌려주지 않으면서 매년 내어주던 방학 숙제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적어 가는 것이었다.

시골에는 책을 빌릴 곳이 없어서 이웃이나 선배들 집에서 책을 구해 보는 것이 다였는데, 수준에 맞는 책을 구하기란 불가능했고, 대학생이나 읽을 수 있는 어려운 한자가 마구 섞인 책이라도 그냥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읽은 기억에 남는 책 중의 하나가 이순신 장군의 위인전이 아닌 역사기록이었는데, 가장 어려웠던 게 스무 자는 넘어 보이던 관직명이었다. 그래도 억지로 읽다 보니 대충 이해는 하게 되었고, 또 이때 보았던 한자어가 한자 어휘력을 길러준 것 같기도 하다.

또 하나의 잊지 못할 기억은 못다 한 공부를 만회하기 위해 머리를 빡빡 깎고 두문불출하던 동네 형님들 모습이다. 학습코칭이란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 초등학교 저학년 안에 천자문을 떼어야 벼슬을 할 수 있다는 전설 같은 말에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형들이 끙끙대며 한자를 익히던 ‘웃픈’ 모습이 기억에 선하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마칠 때까지 한글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해 누나들에게 잡혀 고역을 치르기도 했다.

용소 유원지와 남일대 해수욕장 등 곳곳에선 요즘도 물놀이를 즐기며 추억과 경험을 쌓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방학이 끝나면 아이들은 비 온 뒤 죽순 자라듯 몰라보게 성장해 있을 테다. 가까이 있는 부모나 가족은 몰라볼 수 있겠으나, 경험에 비추면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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