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영조 시민기자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국보 제11호 미륵사 석탑(彌勒寺 石塔)은 백제 말 무왕(재위 600∼641) 때에 세워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 탑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되고 커다란 규모를 자랑하는 탑으로, 양식상 목탑에서 석탑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재입니다. 그런데 이 석탑은 지금 수리가 한창이지요. 일제에 의해 콘크리트 덩어리가 덕지덕지 발라진 이 석탑은 모두 해체하여 보수하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으로 첫 작업이 시작된 지 벌써 9년이 되어갑니다.

해체작업이 이리 오래 걸리는 것은 이 석탑에 가해진 상처가 그만큼 크고도 깊었던 탓입니다. 그것은 치과용 전동 드릴까지 동원하여 조심스럽게 떼어낸 콘크리트 잔해물만 무려 백여 톤이 넘는 분량이라는 사실이 증명합니다. 100년 전 이른바 일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기록한 ‘조선유적조사약보고서’에는 미륵사 석탑(서탑)이 긴급수선이 필요한 유물이라며, 여기에는 “수리비 약 5만 원, 응급수리비 약 2천 원”이 든다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1915년 12월에 조선총독부에 의해 응급수리공사가 진행되었는데, 바로 그때 이 미륵사 석탑은 콘크리트로 범벅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당시 그들이 콘크리트 범벅으로 만든 문화재들은 미륵사 석탑뿐만이 아니라 석굴암을 비롯하여 중원 탑평리 칠층석탑, 청주 용두사지 철당간 등 아주 많습니다. 교토 광륭사 미륵상을 일본인 얼굴로 뜯어고치고, 명치때는 국보급 범종을 녹여 대포로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미륵사 석탑의 콘크리트 범벅은 일제에 의해 철저히 의도된 문화재말살 행위이며 그 바탕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짓밟으려 한 간악한 흉계가 깔렸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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