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안녕하세요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안녕하다’를 사전에서 찾으면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로 나온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무 탈 없이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임을 깨닫게 되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을 체감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상대에게 건네는 매우 사려 깊고 따뜻한 위로의 인사말이 아닐까. 말만큼 무탈하게 산다는 것이 참 어렵다.

<안녕하세요>의 소재인 ‘죽음’은 사실 굉장히 진부한 영화적 소재이며, 문학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 그 자체는 몇 번을 겪어도 일반적이지 않다. 성서나 소설 속의 인물처럼 영원불멸한 삶을 살지 않는 이상, 탄생과 더불어 누구나 겪어야 할 과정이기에 여전히 두렵고 낯설다. 죽음이란 자연적 현상은 간단히 정의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으로 가는 서사는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안녕하세요>는 ‘죽는 법’을 알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을 찾은 열아홉 수미(김환희)와 죽음을 앞둔 병동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상은 그저 그렇고 딱히 살아갈 의미도 없으며 무엇보다 외로운 수미는 그저 죽는 법을 알고 싶었기 때문인데, 정작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은 밝고 따뜻하며 심지어 두려움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사람들이 과연 곧 죽을(?) 사람들인가. 의심과 황당함 속에서 시간은 흐르고 열아홉 소녀가 깨닫는 것은 삶은 하루하루가 찬란하고 의미 있으며 그 어떤 이유에도 살아갈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정말 진부하고 지루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그런데 러닝타임 내내 마스크 속 호흡은 자주 가쁘고 마음은 울렁인다. 

진부한 소재를 감동으로 이끄는 것은 탄탄한 이야기의 힘이며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정말 출중하다. 뭉클한 감동에 젖어 극장문을 나서는 동안 힐링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를 만큼. 5월의 마지막 자락에서 가족과 함께 보기 참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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