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막걸리문화촌에서 봄날 연회를 열었다. 이름은 ‘막걸리와 문화를 잇는 문화사랑 새터 초청공연’이었다. 새터의 풍물뿐만 아니라 시대를 망라한 온갖 문화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했던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임이 그동안의 갈증을 모두 해소하려는 기세였다. 밤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후 6시에 문화사랑 새터 풍물패의 거리굿과 문굿을 시작으로 잔치는 시작되었다. 소리를 울림으로써 부정한 것들을 물리친다는 뜻이 있을 듯하다. 다음으로는 새터의 네 분, 이철현 송근석 백성식 박기홍 선생님의 비나리가 10분여 동안 이어졌다. 소리와 꽹과리는 이철현 선생님이 맡으셨고, 나머지 선생님들은 북 장고 징을 치셨다. 네 분은 전현직 교사시다.

비나리는 주로 덕담으로 사람들의 복을 빌어주는 일이라고 하면 되겠는데 그날 막걸리문화촌에 다녀가신 분들은 두루 만복을 받아가셨으리라 믿는다. 다음에는 설장고 공연이 있었다. 특유의 장고 소리와 역동적인 동작이 잘 어울어져서 멋진 춤판이 되었다. 이어 새터 식구 전체가 참여하는 사물놀이가 정성재 사범의 지휘 아래 펼쳐졌다. 사물의 소리에 싸여 온갖 액운이 쫓겨 갔으리라.

다음으로는 참석하신 분들의 다양한 기예가 선보였다. 정해진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최인태 문화촌장의 즉석 소개로 다 즐겨 앞으로 나왔다. 먼저 특별히 초청 받아온 듯한 진주시립국악원에 참여하고 계시는 이현철 선생이 대금을 연주해서 분위기를 고조시켜 주셨다. 전 남해군수 정현태 시인은 자신의 시집 『바다의 노래』 여러 권을 가지고 사람들 앞에 나와 시집을 나누며 시 「딱」을 낭송하였다. 이 밤의 분위기에 딱 맞는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우리 고장 「수궁가」의 맥을 잇는 이윤옥 명창의 「사철가」와 「진도아리랑」 소리가 있었다. 「사철가」는 삶의 의미를 가는 세월 속에 되새겨 본다는 내용의 노래다. 

「진도아리랑」은 참석자 모두가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즐겼다. 이종욱 명인은 시조창을 선보였다. 흔히 「나비야 청산 가자」로 아는 작자 미상인 평시조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 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는 이밤의 분위기를 그대로 비춰주는 듯했다.

송훈상 더숨나무음악학원장은 열정적이고 다양한 내용의 예술성 깊은 기타 솜씨를 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전 문화사랑새터 대표인 정갑수 씨의 태평소 연주도 감미로웠다. 서예가 순원 윤영미 선생은 대형 화선지에 사군자(四君子)를 치는 예술을 선보였다. 이어 참석한 모든 이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글귀를 합죽선에 즉석에서 적어 증정하는 행사를 벌였다. 

이날 연회에 나온 술만 해도 모두 다섯 가지였다. 이름만 나열하자면 사천감주, 사천청주, 와룡국주, 삼해주, 사천탁주인데 다들 독특한 풍미를 맛볼 수 있는 명주(名酒)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좋은 사람들을 보고, 귀로 좋은 소리를 듣고, 혀로 좋은 술을 맛본 뒤에 자기가 좋아하는 글귀를 적은 부채까지 덤으로 받은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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