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뉴스사천=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산으로 들로 다니다 보니 5월이라는 계절이 너무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는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단풍나무의 신록이 꽃보다 더 싱그럽고 아름답다.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조그만 텃밭을 다듬어 고추, 상추, 부추, 오이, 참외, 가지 같은 채소를 몇 포기씩 사다가 조석(朝夕)으로 물을 주며 가꾸는 재미도 쏠쏠하다.

5일이 ‘어린이날’, 8일이 ‘어버이날’, 음력 4월 8일이 ‘부처님 오신 날’, 15일이 ‘스승의날’이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 부르기도 한다. 부모로, 자식으로, 스승으로, 제자로서의 참된 도리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고,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달인 것 같다.

엄혹한 시절에 태어나 제대로 교육과 사랑도 받지 못하고 부모가 된 분들에게는, 한국 전쟁과 그로 인한 굶주림에서 살아남기 위해 손톱이 아리도록 온갖 모진 고생했으면서도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자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도 뒷바라지도 못한 피맺힌 한이 있다. 우리 세대는 많은 형제자매 속에서 서로 부대끼며 그 당시의 형편(남아선호 사상 등)에 따라 부모님의 사랑과 설움을 받으며 성장했다. 교육 차별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혜택은 대물림되어 지금도 형제자매들 사이, 부모 자식 사이에 한으로 남아 있다.

많이 가르치지 못한 부모님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누님들 사이에는 아직도 메우지 못한 한이 서로 간에 눈물로 흘러내리고 있다. 모든 걸 주고도 더 주지 못해서 미안한 부모님의 사랑과, 한세상 꿈을 펼치며 살아가기에 부족한 배움의 족쇄를 차고 사는 누님들의 안타까움이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가정 형편에 따라 등록금을 제때 내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으로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사랑을 차별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근근이 학교에만 나갈 수 있는 학생들의 설움은 성인이 된 현재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당시 선생님들은 가르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50명이 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민주적이지도 세련되지도 못한 교육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상처도 줄 수 있었다. 지금도 학부모들과 시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교육 현장은, 예전에 당신들이 받았던 불합리한 처우에서 기인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자라나는 아동들은 가정에서 왕자님, 공주님보다 넘치는 사랑을 받고 성장한다. 유치원, 유아원,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관심과 사랑은 우리 세대가 자란 환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학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생활교육도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대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인권도 보호하며 이루어지고 있다. 모두 다 부모님, 형님, 누님들 덕분이다.

자식이 부모님께 드리는 카네이션 한 송이에는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부모님의 사랑과, 부족했지만 따스함으로 기억되는 우리 부모님에 대한 자식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교육 현장에서 선생님께 드리는 카네이션 한 송이에도 부족했지만 늘 사랑으로 대해주신 선생님들에 대한 제자들의 존경과 이해가 담겨 있다. 

묵은 가지 위에 새 가지가 나듯, 묵은 잎이 신록을 돋아나게 한다. 그래서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그래, 그때는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미안해!’ 아픔을 딛고 서로 고마움을 전하는 계절이었으면…….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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