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어느 날 외출을 했다 돌아오니 반갑게 맞이하는 개(犬)의 행동이 예사롭지 않았다. 좋다고 폴짝 뛰다가 쓰러지기를 반복하면서도 뭔가 기분은 좋은 것 같았다. 비틀비틀하다가 푹 쓰러지는 모습에선 ‘무슨 병에 걸렸나?’ 싶어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무화과나무 밑에 거름 되라고 두었던 술지게미가 생각났다.  

나 원 참, 술지게미를 닭 모이로 준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개(犬)가 술지게미를 먹고 취한 모습은 난생처음 봤다. 최근에 (사)한국막걸리협회가 막걸리 부산물인 술지게미를 활용하여 반려동물 간식 시제품을 만들었다더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먹을거리가 귀했던 시절에, 술지게미에 원당이나 사카린을 섞어 먹고서 술에 취해 꼬꾸라졌던 기억을 좇아 ‘술지게미 활용법’을 찾아본다.

매일 술에 취한 아들을 안타까워한 어머니가 술지게미에 계피, 감초 등 각종 몸에 좋은 약제를 넣고 펄펄 끓여서, 알코올기는 날려 보내고 술맛은 나게 하여 자식에게 술 대신 주었다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긴 모주(母酒). 이 모주는 콩나물 해장국에 곁들인 해장술로도 인기가 있다.

모주는 인목대비(仁穆大妃)의 어머니인 노씨부인(盧氏夫人)이 광해군 때 제주도로 귀양 가서 술지게미를 재탕한 막걸리를 섬사람들에게 싸게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해서, ‘왕비의 어머니가 만든 술’이라는 뜻의 ‘대비모주(大妃母酒)’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지금도 막걸리를 ‘모주’라 부른단다.

요즘 여성들 사이에는 술지게미로 얼굴 팩을 하면 미백효과가 뛰어나다는 이야기도 돈다. 술지게미로 술빵을 만들거나, 무, 오이, 참외 등을 술지게미에 쑤셔 박아두었다 장아찌로 만들어 먹는 경우는 음식에 활용한 사례다. 술지게미에 물을 부어서 따뜻한 곳에 두었다가 식초를 만들어 먹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이것은 우스갯소리지만, 몇몇 지인 중에는 술지게미에 시중에서 파는 막걸리를 부어서 며칠 두었다가 ‘수제 막걸리’라며 주위에 주면 ‘좋아라’ 하고 잘 먹는단다.

끝으로 나에게 막걸리를 배우러 온 20년 경력의 이탈리아 음식 전문 요리사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이탈리아 잔치 음식인 ‘통삼겹살 오븐구이’에 술지게미를 함께 싸서 13시간 동안 오븐구이를 했더니, 고기 잡내도 없고 부드러워서, 지금껏 요리한 것 가운데 최고로 좋았다고 했다.

봄꽃들이 떨어지는 사이로 스치는 바람이 가볍다. <뉴스사천> 독자들이 내내 건강하길 두 손 모은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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