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뜨거운 피

'뜨거운 피' 영화포스터.
'뜨거운 피'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부산 건달 이야기는 케케묵은 소재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친구>,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 너무 많은 영화에서 너무 많이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무 비슷하게 소비했으니. 때문에 개봉을 앞두고 기존 영화와는 다른 새로움을 강조하지만 관람하는 입장에서는 일단 기시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산 건달’ 소재의 영화가 계속 생산되는 것은 항구와 거친 도시라는 이미지 - 느와르라는 장르의 특수성에 부합하며, 더불어 영상 제작환경이 좋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암흑가, 조폭, 음모, 배신 등 느와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를 잘 버무리면 제법 그럴싸하게 나오는 법이라 만드는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뜨거운 피> 역시 이 몇 가지를 조합한 영화다. 다만 버무리긴 했으나 유심히 들여다보면 각기 따로 놀고 있는 샐러드볼이라 아쉽다.

소설 원작(김언수)에 소설가 출신 감독(천명관)이 만났으니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법도 한데, 쳐내야 할 걸 쳐내지 못한 채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일단 도시 변두리 “밑바닥까지 떨어지거나 위로 올라가서 왕이 되거나”의 운명을 지닌 삼류 건달의 행적을 따라가는 서사는  매끄럽고 느와르가 갖춰야할 특징들도 고루 포진시키긴 했다. 그러나 초반에 그렇게 공들여서 수많은 캐릭터를 열심히 조형해놓고선 제대로 써먹지도 못한다. 원작의 향기를 재현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나 소설 내용을 모르는 입장에서 군더더기만 잔뜩 널어놓은 느낌이다. 

결정적으로 주장했던 것처럼 기존 영화와 다른 새로움이 없다. 음모와 배신과 칼질이 느와르 영화의 기본이라면 색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그냥 ctrl C + ctrl V 그 자체다. 어떻게 전개될 지가 눈에 선하니 120분이 정말 길게만 느껴진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을 보라. 3시간 30분이 후딱 지나가지 않던가. 이것이 이른바 느와르 걸작과 <뜨거운 피>의 차이다.

영화 내내 부산어가 난무하니 타지역 출신인 분들은 히어링에 고초가 있을 수 있겠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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