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N'과 함께] 아무튼 청년 : 김예진 씨

마을교사에서 카페 매니저까지...열정 ‘갑’
“누군가가 했던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
“삼천포.사천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지도록 노력”

#장면 하나
“오늘 도자기 체험 수업, 재미있었나요?”
“네~~. 맨날 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제 도자기 잘 나오겠죠? 깨지면 안 돼요~~!!”

#장면 둘
“여기 경치가 정말 멋있지 않습니까? 외국인들이 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아름다운 삼천포를 널리 알리는 일! 제일 하고 싶은 일입니다.”

김예진 씨는 현재 청널마을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 청널 매니저 일을 하고 있다. 카페 청널은 청널공원 풍차 전망대 앞에 있다. 청널 카페에서는 삼천포 바다가 환하게 보인다.
김예진 씨는 현재 청널마을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 청널 매니저 일을 하고 있다. 카페 청널은 청널공원 풍차 전망대 앞에 있다. 청널 카페에서는 삼천포 바다가 환하게 보인다.

[뉴스사천] 두 장면의 주인공은 같은 사람이다. 1991년생 김예진 씨. 그는 사천교육지원청 소속 마을교사이자, ‘카페 청널’의 매니저이다. 여기에 무인 시스템의 ‘보드게임 카페’까지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경남관광재단이 마련한 ‘경남 관광두레 아카데미’ 교육을 받으면서 관광두레 PD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으니, 그 열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사천엔>이 ‘아무튼 청년’의 주인공으로 예진 씨를 택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예전에 호주로 워홀(=워킹 홀리데이)을 갔는데, 그때도 하루에 네 가지 일을 했어요.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되레 즐겁고 좋았어요. 다양한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는 게 즐거웠고, 돈을 많이 벌어 좋기도 했죠.”

예진 씨는 사천에서도 삼천포 토박이다. 삼천포에서 초·중·고를 다녔고, 대학도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를 졸업했다. 졸업 뒤엔 사천에 있는 항공 부품 생산 업체에서 검사원 일을 했으나 적성에 썩 맞지 않다고 여겼다. 그래서 호주로 떠났다. 1년간 머물면서 돈도 벌고 여행도 하고 다양한 경험도 쌓을 요량이었다. 자신보다 먼저 워킹 홀리데이 시간을 보낸 언니 김예슬 씨에게 자극을 받기도 했다.

“그때가 2014년이네요. 정육 공장에서 진공 포장, 레스토랑에서 주방 보조, 골프장에서 공 줍기, 펍이나 식당의 청소 등 해 본 일이 다양합니다. 월에 육칠 백(만 원) 정도는 번 것 같은데, 이때가 저에겐 영양가 있는 시간이었어요. 여러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서 낯도 덜 가리게 됐고, 새로운 일을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사라졌죠. 돈도 ‘마음만 먹으면 벌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지역에 관심이 생기다

호주에서 삶의 귀중한 영양분을 보충한 예진 씨는 귀국과 동시에 대전에서 머물렀다. 그곳에 언니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천보다 좀 더 큰물에서 놀아 보자’라는 생각도 작용했다.

“호주에 있을 때 브리즈번에 살았는데, 제법 큰 도시였어요. 그런데 다시 사천으로 가려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너무 좁다는 생각이었죠. 아는 사람이 많다 보니 자유가 덜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문화나 여가 활동도 여의치 않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예진 씨의 대전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반도체 부품 회사에서 다시 시작한 검사원 일은 여전히 흥미롭지 않았다. 대신에 ‘고향에 갈까?’, ‘엄마 곁으로 갈까?’라는 생각은 점점 크게 자랐다. ‘일자리가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잠깐 해봤지만, 그런 건 그에게 큰 고민거리일 수 없었다. ‘깊은 정과 마음을 나눌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 예진 씨는 마음을 굳혔다. 이때가 2018년 무렵이다.

“언니랑 같이 사천에 왔는데, 막상 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은 거예요. 그냥 작은 시골 동네 같은 느낌이랄까. 당황스러웠죠. 도시에선 어느 정도 검증된 ‘보드게임 카페’를 열었는데, 이용자가 어린 학생들뿐이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이 놀 수 있는 아지트를 만들자’는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지역사회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지역사회를 향한 예진 씨의 관심은 크게 두 갈래였다. 하나는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역이나 동네를 더 이해하기 위해 배움을 좇는 일이었다.

“보드게임은 규칙을 이해하고 전략적 사고력을 키우기에 좋아요. 먼저 청소년수련관 아이들과 놀기 시작했죠. 지금은 사천교육지원청의 마을교사가 되어 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나고 있어요. 보드게임도 가르치고, 도예도 가르쳐요.”

김예진 씨가 대방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도예수업을 하고 있다. 

사천,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도예는 공방을 운영하는 어머니 최갑선(60) 씨에게서 배웠다. 글 첫머리의 첫 번째 장면(=#장면 하나)에서 아이들과 나눈 대화는 대방초등학교의 돌봄교실에서 1월 5일에 있었던 일이다. 이날 예진 씨는 보조강사로, 그의 어머니는 강사로 나서 바늘과 실 같은 호흡을 맞췄다.

청널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김예진 씨.
카페 청널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김예진 씨.

지역사회를 더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예진 씨가 눈을 돌려 관심을 둔 건 ‘도시재생’이다. 특히 자신이 나고 자란 삼천포가 인구 감소로 머잖아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교육에 참여했고, 그 결과 청널마을협동조합의 가장 젊은 조합원으로서 ‘카페 청널’의 매니저 일을 맡고 있다. 이는 앞서 소개한 두 번째 장면(=#장면 둘)에 닿아 있다.

“처음엔 협동조합이 뭔지도 몰랐죠. 다만 활력 잃은 동네에 힘을 불어넣는 일을 주민들과 같이한다니까 좋아 보였어요. 무엇보다 이곳은 풍광이 너무 아름답잖아요? 여기 카페뿐 아니라 삼천포와 사천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외국인들이! 제 나름의 홍보 영상도 만들고 있는데, 다 만들면 공개할게요. (웃음)”

삼천포 바다의 풍경을 알리고 싶다는 김예진 씨.

수줍은 웃음 뒤로 은근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그 자신감의 언저리에는 얼마 전 끝난 ‘관광두레 PD 교육’이 있을 테다. “먹고 자고 보고 체험할 것을 하나로 묶은 관광 상품을 만들고 싶다”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는 예진 씨. 그러나 눈빛엔 얼핏 그늘도 엿보인다.

“하고 싶은 일이 많긴 한데, 어떨 땐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고민과 생각을 나눌 친구가 주위에 많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취미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얼마 전에 ‘보디 프로필’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런 뜻이었어요.”

지역사회를 생각하고,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일까. 예진 씨는 스스로를 위하고 존중하는 일이 익숙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3개월에 16kg을 줄이는 독한(?) 노력의 결실을 본 끝에는 자존감이 조금 커졌단다. 그런 그가 ‘시간 활용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개발한 처방을 소개했다. 이른바 ‘게으름 치료제’로, 격언이나 좋은 글귀를 적어 두고 상기하려 애쓰는 일이다. 근자에 예진 씨의 가장 특효 ‘게으름 치료제’는 이것이다.

“누군가가 했던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