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제대로 된 막걸리를 배우겠다고 부산 막걸리학교에서 초급과정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 중급과정을 다닐 때였다.

고두밥을 찔 때 수삼(水蔘) 5g을 넣고 함께 쪄서 술을 빚어 보았다. 술맛에 수삼 냄새가 향긋하게 나는 것이 참 좋아서 평소 알고 지내던 한 한의원 원장님께 맛을 보여드렸다.

그런데 그분은 술맛을 이렇게 표현했다.

“술의 재료인 쌀도 흙 기운을 품고, 수삼도 흙 기운이 강하니 안 어울리는 화장을 한 것 같네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 뒤 전통주 강사인 이한숙 선생님께 이 경험을 말씀드렸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 술을 배우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수준인데, 그 나이에 화장하면 어울릴까요? 대학생 정도는 되어야 어울리지 않을까요? 술을 배울 때 부재료(副材料)를 넣는 습관을 들이면 술 실력이 잘 늘지 않아요. 쌀과 물 그리고 누룩만으로 술을 빚다가 실력이 자리를 잡으면 그때는 아무것이나 넣어도 괜찮을 겁니다.”

나는 이 말씀을 듣고, ‘앞으로 5년 동안은 아무런 부재료를 사용치 않고 오로지 쌀과 물 그리고 누룩만으로 술을 빚으리라’ 마음먹었고, 그렇게 행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나고 처음 사용한 부재료가 국화 중에서 감국(甘菊) 이었다. 감국을 펄펄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햇볕에 말려서 쌀 두 말 분량에 45g을 넣었다.

두 달의 발효 기간과 한 달의 숙성 기간을 거쳐서 와룡국주(臥龍菊酒·와룡산 국화로 빚은 술)라 이름을 붙이고, 주위 분들에게 맛 평가를 부탁드렸더니 만족도가 꽤 높았다.

다음으로는 사천(泗川) 단감을 넣어서 술을  빚어 보았다. 단감은 북쪽으로는 자라지 않는 남도의 과일이라는 매력이 있어, 쌀 두 말에 단감 7개를 잘게 썰어 넣었더니 단맛이 강했다. 당도가 높으니 숙성 기간을 길게 잡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제 이러한 과정을 여럿이 함께 나누려 한다. ‘사천의 재료(泗川材)’로 빚은 술로 ‘사천 사람들(泗川人)’이 어울려 즐기는 ‘사천술(泗川酒)’ 축제를 열어 보고 싶다. 물론 코로나에서 자유로운 분위기가 될 때라야 가능할 일이다. 그날이 오면, 사천의 술로 한판 대동놀이를 같이하면 어떻겠는가.

봄이 깊으니 꽃 향기가 짙다.  

내내 건강하시길 두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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