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KBS 역사스페셜에서 <술의 시대 정조>를 방영하는 등 우리의 전통주에 관한 관심이 요즘 높아지고 있다. 이에 조선 시대를 풍미했던 ‘우리 술’ 가운데 정월 초에 빚는 술, ‘삼해주(三亥酒)’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삼해주(三亥酒)는 정월 첫 돼지날(亥日)에 시작하여, 돼지날마다 두 번의 밑술과 한 번의 덧술로 빚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돼지 해(亥)에 석 삼(三)자를 써서 삼해주(三亥酒)라 했다. 돼지가 의미하는 복(福)을 기원하는 술로써, 그 기간이 100여 일이 걸린다 하여 ‘백일주’라고도 하는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술이다.

삼해주는 안동 김씨 종가에서 대를 이어온 가주(家酒)이다. 조선의 23대 왕 순조(1790~1834)의 둘째 딸인 복온 공주(1818~1832)가 안동 김씨 ‘김병주’에게 시집을 가면서 함께 따라온 상궁들에 의해 전해져 온 것이 그 내력이다.

이처럼 궁중의 술이 사대부 집안의 술이 되고, 그 집에서 일하던 일꾼들에 의해 술 빚는 손길이 서민에게로 흘러 들어가 그들의 집안에 제사나 혼사가 있을 때 쓰이는 술이 되었다.

이렇게 왕실 문화가 양반 문화가 되고, 그 양반 문화가 서민 문화로 흘러온 대표적인 것이 우리네 술이었다. 조선 시대를 풍미했던 우리의 전통주가 일제강점기에 깡그리 사라졌으니 가슴을 치고 통곡을 할 노릇이다.

오늘날 삼해주는 서울시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없어진 서울의 술을 찾는 과정에서 조선 시대 한양 궁궐의 술이 안동 김씨에게 흘러갔고, 지금껏 그 맥을 이어온 것이 삼해주라는 사실에서다. 삼해주 기능보유자인 권희자(서울시 지정문화재 제8호) 명인이 복온 공주의 다섯 번째 며느리라는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권희자 명인의 제자인 이한숙 선생으로부터 삼해주 담는 법을 배웠으니, 이 또한 역사의 거듭남이요 되살아남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삼해주를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빚으니, 코로나의 기세가 수그러지면 뉴스사천 독자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오늘도 봄을 짓는 마음으로 술을 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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