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특송

'특송' 영화 포스터.
'특송'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바쁜 현대인에게 유튜브와 OTT라는 넥타르가 주어진 이후 스낵컬처가 대세가 되었고, 이제 영상매체는 대체로 한 가지 방향으로 나아간다. 바로 대리만족이다. <특송>은 오직 액션이라는 한 가지만 선택하고 집중해서 영리하게 달린다. 사실 버리고 선택하는 문제는 매우 어렵다. 연기력 있는 배우들의 천변만화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하고, 액션만으로는 심심하니 멜로도 넣고 싶고, 반전이 없으면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등등. 그러다 보니 영화는 산으로 간다. 그런 면에서 <특송>의 선택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우체국 택배에서 안 받는 건 다 배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화물 안 가리고,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돈만 된다면 사람 물건 가리지 않고 무조건, 100% 배송한다는 특송 전문 드라이버가 여성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운전대를 잡고 질주하는 장은하(박소담)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경찰과 국정원의 타겟이 되어 쫓고 쫓기는 가운데 드라이버들의 지옥, 부산의 ‘고바우’ 길을 전력 질주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가히 압권이다. 더불어 음악은 속도의 쾌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오프닝 폭주 이후 서서히 출력이 떨어지고 반전도 없어서 다소 심심한 감은 있지만, 목표를 향해 오직 직진만 하는 카체이싱이 속이 시원할 지경이다. 역대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오락영화로서의 만족감은 충분하다.

특송 드라이버라는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가진 박소담 캐릭터가 ‘여성 드라이버=김 여사’라는 거대 편견을 깨뜨리는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여성은 액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도 말이다. <악녀> 김옥빈은 물론, 최근 넷플릭스를 강타했던 드라마 <마이 네임>의 한소희가 보여준 타격감 있는 액션을 보고 있노라면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특별 또는 특이하다는 의미를 담은 걸크러시라는 단어가 이제는 진부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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