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해가 바뀌고 한두 달 동안은 바뀐 연도를 적을 때, 앞의 해로 잘못 적거나 적을 때 잠깐 망설여지는 일이 많다. 그 바뀐 연도가 낯설기 때문일 듯하다. 하지만 올해 연도에 익숙해질 만하면 여름 가을 지나고 벌써 또 새 연도가 닥친다. 마땅히 이랬노라 한 일도 없이 또 한 해가 가고 만 것이다. 이런 일을 몇 번이고 겪은 채 헛된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에서 새해가 오면 올해 해야 할 일을 늘어놓고는 다음 해에 또 비슷한 소망을 품은 일이 한두 번 일이던가.

그 해가 바뀐 지 열흘 남짓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되려 하고 도지사, 시장을 목표로 하는데,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하고 자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또 ‘누구는 좋은 기획력으로 기업을 일으켜 막대한 돈을 버는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 좋은 일이 꼭 권력과 돈뿐만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흔히 상상하는 염라대왕이 존재한다면 죽은 영혼을 심판할 때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상에서 권력을 누린 사람이나 돈 많이 번 사람을 특별 우대하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착한 일, 아름다운 일, 자기도 위하며 남에게도 이로운 일이라는 덕목이 잠깐 머리를 스친다. 베푼다는 생각을 뺀 ‘사랑’도 좋겠다. 남이 알아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뺀 ‘무슨 일’인가가 더 좋겠다. 더 너그러운 세상이 되면 더 좋겠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무슨 사랑 바이러스가 퍼졌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그중 하나의 역할이라도 돌아온다면 참 좋겠다.

따지고 보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다. 남 보기에 아무리 잘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걱정거리가 없겠는가. 무시당하고 배곯는 삶을 사는 사람을 보고 착하게만 살라고 한다면 무슨 격려가 되겠는가. 죽어서는 꼭 좋은 데 갈 거라는 게 참 위로가 되겠는가. 서로 서로가 지나온 길을 되새겨 보며 새로 가야 할 길을 또 서로 기약해 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반갑게 남을 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서로 인사와 정을 나눌 때 세상은 참 밝아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새해를 맞아 밝은 세상을 기약할 수 있을 것 같은 시로 양윤덕 시인의 동시 「아침 인사」를 소개한다.

"할아버지 집에
비둘기 한 쌍 둥지를 틀었다.
-어이, 비둘기!
‘밥 먹세’
할아버지 아침 인사
하나 더 늘었다.”


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의 여성 시인 비스와바 쉼브르스카(1923〜2012)의 유명한 시 「두 번은 없다」도 새해를 맞으며 읽을만한 시다. 새로운 한 해의 의미를 새겨보는 시로 더할 수 없이 좋을 법하다. 앞과 마지막 부분을 소개한다.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연습 없이 태어나서
실습 없이 죽는다.

인생의 학교에서는
꼴찌라 하더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같은 공부를 할 수 없다.

어떤 하루도 되풀이 되지 않고
서로 닮은 두 밤도 없다.
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
하나같은 두 눈 맞춤도 없다.

(중략) 미소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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