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천의 마을 숲 ⑧
코로나19로 새삼 깨닫는 것이 숲의 소중함이다. 특히나 마을 숲은 역사가 깊으면서도 늘 사람들 곁에 있어서 삶의 희로애락이 짙게 밴 곳이다. 숲 해설가와 함께 사천의 마을 숲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 편집자-
[뉴스사천=박남희 시민기자/숲 해설가] 오인숲. 정동면 예수리 사천강 옆에 있는 작은 숲이다. 공원 같기도 하고 쉼터 같기도 하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장군처럼 우뚝 서 있다. 마을 입구가 완전히 열려 좋은 기운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성한 비보림(裨補林)에 가깝다. 예수마을 앞에 있으니 ‘예수숲’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데, 굳이 ‘오인숲’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두고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오인(五印)’에서 출발한다. 구한말에 일제의 침략 야욕이 나라에 뻗치자 사천, 진주, 고성, 곤양, 단성의 5개 관장이 모여 각자가 지니고 온 인장(관인)을 이 숲속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수령으로서의 당면 과제를 진지하게 의논한 곳이라 하여 훗날 오인숲이라 불린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이야기의 출발은 ‘오인(吳人)’에 있다. 예수마을은 해주 오(吳)씨가 오래전에 집성촌을 이뤘던 곳으로, 그 무렵에 조성된 숲이라는 이야기다. 예로부터 특정 성씨를 가진 사람이 나무를 심거나 정자를 지을 경우, 마을 사람들은 그 나무나 정자에 성씨를 붙여 부르곤 했는데, 오인숲 역시 그와 같다는 설명이다.
둘 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를 뒷받침할 분명한 자료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숲 안내판에는 이름의 유래를 둘 다 소개하고 있다. 다만 마을과 숲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점에서, 옛날에는 오인숲의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컸을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이곳을 군사시설로 이용한 바 있어, 이 무렵에 숲이 사라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도 오인숲과 마을 사이에는 일본군이 남긴 비행기 격납고가 있다.
오인숲에는 팽나무와 느티나무, 말채나무가 있다. 팽나무는 소금기 머금고 거친 바람 맞서는 바닷가에서 잘 자란다. 그런 팽나무가 오인숲에서 자라는 이유를 기상목(氣象木)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팽나무의 잎이 봄에 일제히 피거나 윗부분부터 싹이 트면 풍년이 들며, 그 반대일 때는 흉년이 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느티나무는 대표적인 정자목(亭子木)이라 어느 곳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말채나무는 나뭇가지가 가늘고 길며 잘 휘어져, 옛날에 말을 몰 때 채찍으로 사용하였다 하여 이름 붙여진 나무이다. 봄에 피는 하얀 꽃과 더불어 말채나무를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바로 나무껍질이다. 진한 흑갈색으로 두툼하고 세로로 길게 패어 있는 말채나무의 껍질은 불에 탄 것처럼 거칠고 시커멓다. 오인숲의 말채나무도 낭창낭창한 가지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거친 껍질을 드러내며 우뚝 서 있다.
각각의 개성을 간직한 우람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깊고 짙은 그늘을 만들기에, 오인숲은 절대로 작지 않아 보인다. 가까이에 사천강과 산책로, 항공우주테마공원이 있어서 오인숲과 그 주변은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사람들로 붐빈다. 사천의 명소인 셈이다.
※이 글은 사천시 녹지공원과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 조선 수군(水軍)의 훈련장이자 휴식처였던 군영숲
-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에 숨은 역사까지 품은 굴항숲
- 재해 극복을 위해 청년들이 땀을 쏟은 수청숲
- 지친 도시인의 휴식처, ‘솔향 가득’ 두량숲
- 서어나무 근육질 자랑에 마음 든든한 마을, 초량숲
- 와룡산 기운을 등에 지고 남해를 굽어보는 홀곡숲
- 천연 원시림의 기운이 감도는 진분계숲
- 마을 사람들의 쉼터와 소통의 장 되어주는 임내숲
- 고려 현종의 애절한 부자(父子) 이야기 품은 능화숲
- ‘전국 아름다운 숲’에 뽑힌 소나무 비보림(裨補林) 대곡숲
- 오랜 역사의 연못, 그 가치를 드높이는 월성못숲
- 마을의 일부이면서, 뒷담 너머가 숲인 연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