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알려진 원장과 등록 서류상 원장이 다르다’
3년간 연구 실적은 ‘글쎄’…첫해엔 콘서트·송 시장 특강
읍면동 청년·여성위원장 등 정당 닮은 조직, 뭘 말하나?

송도근 전 사천시장의 외곽조직 겸 정책자문역으로 알려졌던 사단법인 사천발전연구원이 최근 둘로 쪼개졌다. 현재 ‘사천발전연구원’이라는 간판을 단 곳은 용현면 사천시청사 인근(사진 왼쪽)과 좌룡동 하영제 국회의원사무소 건물 4층 등 2곳이다.
송도근 전 사천시장의 외곽조직 겸 정책자문역으로 알려졌던 사단법인 사천발전연구원이 최근 둘로 쪼개졌다. 현재 ‘사천발전연구원’이라는 간판을 단 곳은 용현면 사천시청사 인근(사진 왼쪽)과 좌룡동 하영제 국회의원사무소 건물 4층 등 2곳이다.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송도근 전 사천시장의 외곽조직 겸 정책자문역으로 알려졌던 사단법인 사천발전연구원이 최근 내부 갈등을 표면화하며, 모호했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뉴스사천의 지난 4일자 ‘둘로 쪼개진 사천발전연구원, 무슨 일?’ 제하의 기사와 관련해, 사천발전연구원 정기현(전 사천상공회의소 회장) 이사장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정 이사장 “도립대 교수가 원장인 줄…”

지난 8일 만난 정기현 사천발전연구원 이사장은 “제가 사천발전연구원을 만든 장본인은 아니다. (송도근) 전 시장님의 뜻에 의해 사천발전연구원이 만들어졌다”며 “연구원 내부 핵심은 제가 잘 모른다. 제가 (3년 전) 이사장 취임할 때만 해도 강호근 거창도립대 교수가 원장이고, 정지갑 씨가 운영실장인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문제가 생기고 보니, 최초 경남도 비영리법인 등록서류에 연구원 원장에 정지갑 씨가 이름을 올린 것을 뒤늦게 알았다. 강 교수가 겸임을 하려면 총장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사정이 있어 받질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연구원이 둘로 쪼개진 것은 아니다. 제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으니 사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송 전 시장과 정지갑 씨를) 중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이 말하는 정지갑 씨는 최근까지 국민의힘 사천당원협의회의 정무실장이었으며, 한때 송 전 시장의 측근이었던 인물이다.

원장으로 알려졌던 교수는 ‘침묵’

그렇다면 실제 이 단체를 이끈 원장은 누구일까. 정기현 이사장의 설명대로라면, 대외적으로 알려진 인물은 강호근 교수였으나, 등록 서류상 원장은 정지갑 씨라는 것. 

이에 정 씨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제가 사천발전연구원 비영리법인 등록 당시부터 원장이었다. 논란이 생길 것도 없다. 제 이름으로 등록서류를 낸 것은 주요 인사 모두가 알고 있다”며 “운영위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그동안의 사정과 경과를 비롯해 사천발전연구원 본원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강호근 교수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실제 원장직을 수행했는지, 현재 원장은 누구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노 코멘트”라며 답을 하지 않았다. 강 교수는 2014년 송도근 전 사천시장의 시장직 인수위원회격인 ‘희망사천준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연구발표 실적 없고, 첫해엔 시장 특강 

논란에 빠진 사천발전연구원의 3년간의 발자취는 어떨까. 
 

사천발전연구원 누리집 연구자료 게시판.
사천발전연구원 누리집 연구자료 게시판.
사천발전연구원 누리집 정책자료 게시판.
사천발전연구원 누리집 정책자료 게시판.

 

사천발전연구원은 시정 정책 연구단체를 표방하며 출범한 지 3년이 되었으나, 12월 20일 기준 연구원 누리집에는 시정 연구와 정책 관련 자료가 단 한 건도 등록되어 있지 않다. 최근 3년간 언론 등에 배포한 시정 연구 사례 보도자료 또한 한 건도 없었다. 이 단체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광고성 게시물만 올라와 있다.

이 단체의 누리집 공지사항을 살펴보면, 2019년에는 효 콘서트, 사천발전연구원 개원식, 시민토론회, 송도근 시장 초정 특강, 송년음악회 등의 개최 소식이 올라 있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별다른 활동 실적이 없다. 2020년 공익법인 공시 자료에는 취약계층 나눔행사 지원과 봉사에 200만 원을 집행한 것으로 되어 있다.

회비만 연 100만 원씩…읍면동 조직화 

이 단체 정관에는 일반회원은 10만 원, 특별회원은 100만 원의 연회비를 내도록 정하고 있다. 이사들은 2019년 출범 당시 1000만 원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회계 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회비 5790만 원, 기부금 165만 원, 기타 사업 847만 원의 수익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지난 2019년 사천발전연구원 이사장 취임식과 시민 음악회 모습.
지난 2019년 사천발전연구원 이사장 취임식과 시민 음악회 모습.

사천발전연구원이 시정 연구단체를 표방한 것과 달리 조직 구성은 정당에 가깝다. 출범 당시 14개 읍면동에 회장, 청년위원장, 여성위원장을 두고 읍면동협의회를 구성했다는 점에서다. 100만 원씩 연회비를 내는 운영위원만 63명에 이른다.

이런 활동과 모습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송도근 전 시장의 사조직’이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최근 불거진 연구원의 정통성을 둘러싼 충돌은 이 같은 의심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양쪽 갈등에 싸늘한 지역사회 반응

이사장과 원장 등 임원의 임기를 두고도 “올해 연말까지”라거나 “내년 3월까지”라는 둥 이견이 나오고 있다. 용현면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사천발전연구원 쪽에서는 1월 초에 임시총회를 개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시기가 언제이든, 임원들의 임기 종료 전 총회를 열어 새 이사장과 원장 등을 뽑지 못하면 이 단체는 조만간 활동 정지에 들어갈 수 있다.

사천발전연구원의 내부 갈등을 두고 한 회원은 “실제 원장이 누구인지 지금 와서는 중요하지 않다”며 “좋은 뜻으로 연 100만 원이나 내놓았는데, 지금 상황이 되니 씁쓸하다. 전 시장의 활동 재개를 두고 상왕정치를 언급하는 글도 공무원노조 게시판에 올라왔다. 처음 취지가 어떻든 지역사회에서 보는 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한 시민은 “일반적인 단체였으면 자기 돈 수백만 원을 내놓고 이런 상황이 되도록 침묵하고 있겠는가. 회원들은 누구를 보고 회비를 냈을까. 부끄러움은 시민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양수 사천발전연구원 이사는 뉴스사천의 보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는 “지난번 보도에서 밤에 몰래 현판을 떼어 갔다고 했는데, 좌룡동에 있는 현판은 내가 이사장의 지시를 받아 낮에 뗐고, 용현면으로 가져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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