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주(季節酒)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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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주(季節酒) 이야기
  • 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 승인 2021.12.1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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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겨울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가을 산야는 온통 국화과 식물들 차지였다. 특히 노란 꽃으로 향기까지 일품인 감국(甘菊)은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뿐만 아니라 향을 맡거나, 말려서 차로 마셔도 일품이다. 

삼천포(三千浦)에서 꽃차를 만드는 지인이 감국을 보내왔다. 이 감국을 펄펄 끓는 물에 한 번 데쳐 주고 가을 햇볕에 곱게 말렸다. 조선 시대 가양주(家讓酒) 빚는 방식으로 멥쌀을 가루로 내어 범벅으로 밑술을 만들고, 고두밥을 쪄서 덧술을 만들 때, 말린 감국을 함께 버무려 겨울 초입에 국화주(菊花酒)를 빚었다.

이제는 잘 익기만을 두 손 모은다. 발효와 숙성을 거쳐 봄꽃이 화사한 날에 지인들을 불러서 국화주 한잔할 생각에 벌써 코끝이 벌렁거리고, 입에는 침이 고인다. 그렇다. 옛 사람들은 계절을 빚고, 계절을 마시며 함께 즐겼는데, 이참에 ‘계절주’를 한번 둘러보자.

먼저 봄을 대표하는 술은 ‘두견주’다. 두견주는 중국 당나라의 이백과 두보도 즐겨 마셨다는 고사가 전해질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진달래꽃으로 빚는 술이다. 단맛이 많이 나며 연한 황갈색을 띠는데, 진통과 해열, 혈액 순환에 효과가 있어 민간에서는 치료약으로 쓰여 왔다. 충남 당진의 ‘면천 두견주’가 유명하다.

여름에는 ‘창포주’다. 머리를 맑게 해 준다는 총명탕의 재료인 창포의 뿌리를 달여서 술을 빚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강릉 단오제’에서 창포주 선발대회가 유명하다.

뭐니해도 가을에는 ‘국화주’다. 무형문화재 제9호인 대전의 ‘동춘당’ 국화주도 유명하지만, 고인이 된 삼성의 이건희 생일 건배주로 오른 전남 함평의 국화주 ‘자희향(自喜香)’ 또한 유명하다.

‘재벌은 못 되어도 재벌이 마신 술은 마셔 봐야겠다’고 뭇 사람들이 달려드는 바람에 술이 동이 나고, 급기야 서울에는 같은 이름의 술집까지 문을 열었다.

겨울에는 소나무를 활용한 술들이 많은데, 송엽주, 송절주가 있다. 그중에 조선 시대 성리학의 대가인 경남 함양의 일두 정여창 고택의 솔송주(率松酒)가 유명하다. 

추사 김정희가 귀양살이하던 중에도 자신에게 정성을 아끼지 않았던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 주었다는 세한도의 표현대로, 겨울이 되니 소나무와 잣나무만이 푸름을 지니고 있듯이, 선비의 절개를 표현한 소나무가 겨울 술의 대표로 손색이 없다.

그 외에도 배꽃을 머금은 ‘이화주’, 복숭아꽃의 ‘복사주’, 연꽃으로 빚은 ‘연화주’와 ‘매화주’, 그리고 제철에 따 놓은 꽃들을 함께 버무린 ‘백화주’ 또한 매력이다. 이렇게 우리네 조상들은 대대로 계절을 빚고 자연을 즐기며 계절주를 즐겨 왔다. 

끝으로 겨울을 노래한 ‘소야 신천희’의 ‘술타령’ 시(詩) 한 편을 올린다. 

“날씨야 / 네가 / 아무리 추워 봐라 // 내가 / 옷 사 입나 / 술 사 먹지”

2021년의 끝자락이다. 옷깃을 여미고 내내 건강하시길 두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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