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돈 룩 업

'돈룩업' 영화 포스터.
'돈룩업'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6개월 뒤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대통령은 변화하는 지지율만이 관심의 대상이며 정치인, 언론 역시 상황의 심각함에 주목하지 않는다. 대중 역시 SNS에 올릴 수 있느냐 없느냐만이 중요하다. 좀처럼 의견 일치를 보기 힘든 현실 사회에서 마치 사전 연습이라도 한 듯이 무관심으로 대동단결이다. 제목 그대로 ‘돈 룩 업(Don’t Look Up)’이다. 

혜성 충돌로 인한 지구멸망은 SF와 재난 영화들에서 셀 수도 없을 만큼 반복한 소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창작되는 이유는 ‘지구멸망’이라는 설정이 가진 비현실적이어서 매력적인 긴장감 때문이다. 전개가 비슷하고 감동 코드가 ‘복사-붙여넣기’급이며, 캐릭터 또한 놀랄 만큼의 일치도를 보여도 킬링타임용으로는 이만한 소재도 드물다. 비슷하게 만들되 뭔가 새로운 임팩트 하나만 딱 집어넣으면 그런대로 흥행에 지장도 없다. 그런데 이 영화 <돈 룩 업>은 그 뻔하고도 안전한 노선을 따라가지 않는다. 영화가 내세운 공식 장르는 코미디다. 과연 아담 맥케이다! 

지구 종말을 바라보는 아담 맥케이의 시각은 여전히 신랄하고 아름답다. 풍자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줬던 전작을 배반하지 않는다. ‘썩소’를 머금게 하는 특유의 유머는 물론이다.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모든 것을 도마에 올려놓고 사정없이 난도질하는데 명장의 칼질은 경쾌하고 유려하다. 

영화가 현현하는 풍자의 맛은 맵고 쓰고 달다. 완성도를 좌우하는 잘 짜인 서사, 캐릭터 조화, 음악은 물론이고 리듬감을 살린 편집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의 흐름을 다잡는다. 오랜만에 맛본 진수성찬 같은 영화다. 풍자 때문에 맵고, 울다 웃기는 유머 때문에 짜고, 메릴 스트립,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를 비롯한 배우들의 불꽃 열연에 후끈하기까지 한 종합선물 세트다. 쿠키 영상이 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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