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천의 마을 숲 ⑥

코로나19로 새삼 깨닫는 것이 숲의 소중함이다. 특히나 마을 숲은 역사가 깊으면서도 늘 사람들 곁에 있어서 삶의 희로애락이 짙게 밴 곳이다. 숲 해설가와 함께 사천의 마을 숲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 편집자-

굴항숲은 대방동에 있는 바닷가 숲이다. 뒤로는 각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무인도인 코섬을 마주하고 있다. 경상남도 지정문화재 제93호로 지정돼 있다.
굴항숲은 대방동에 있는 바닷가 숲이다. 뒤로는 각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무인도인 코섬을 마주하고 있다. 경상남도 지정문화재 제93호로 지정돼 있다.

[뉴스사천=박남희 시민기자/숲 해설가] 굴항숲은 대방동에 있는 바닷가 숲이다. 뒤로는 각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무인도인 코섬을 마주하고 있다. 대방진 굴항은 고려 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면적이 4621㎡ 정도인 인공 항구이다. 경상남도 지정문화재 제93호로 지정돼 있다.

항구를 둘러싼 낮은 언덕을 팽나무와 느티나무 등이 덮고 있어 이를 굴항숲이라 부른다. 가까이에 ‘군영숲’이 있으니, 어쩌면 먼 옛날에는 해안을 따라 숲이 하나로 연결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방진 굴항은 고려 시대에 우리나라 연안을 자주 침범하던 왜구의 노략질을 막기 위해 설치한 구라량영(仇羅梁營)이 있던 곳이다. 구라량영은 나중에 사량도로 옮겨 갔다. 구라량영이 사량도로 옮겨가면서 폐진(閉鎭)되고​ 소규모 선진(船鎭)으로 남아 있다가, 조선 말기 순조(純祖) 때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백의 수군과 병선 2척이 주둔한 군항이었다.

굴항의 모양은 호리병과 비슷하다. 입구가 좁고 안쪽이 넓다. 둑을 쌓은 모양이 마치 활 같기도 하고, 해산물인 굴(石花) 모양처럼도 보인다. 그러니 파도가 들이치지도 않는다. 게다가 울창하게 조성된 숲은 항 안쪽 상황을 들키지 않으면서 항 바깥 상황을 쉽게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병선을 숨기기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지금은 병선 대신 작은 어선 여러 척이 정박해 있다.

제방 위 팽나무 고목 사이에 큰 칼을 옆에 찬 이순신 장군 동상이 남녘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제방 위 팽나무 고목 사이에 큰 칼을 옆에 찬 이순신 장군 동상이 남녘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임진왜란(壬辰倭亂) 무렵에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 1545~1598) 장군이 이곳에 거북선을 숨기고 전쟁에 활용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지금 달려가도 이순신 장군을 만날 수 있다. 제방 위 팽나무 고목 사이에 큰 칼을 옆에 찬 이순신 장군 동상이 남녘 바다를 바라보고 섰기 때문이다.

굴항숲에는 팽나무와 느티나무, 푸조나무, 단풍나무, 서어나무 등이 서로 어우러져 풍성한 나무 터널을 이루고 있다. 한여름에 굴항숲 안으로 들어서면 햇볕이 들이치지 않을 만큼 그늘이 짙고 깊다. 입구 오른쪽의 마을 앞 느티나무는 모양새가 남다르다. 수령이 500년은 족히 될 듯한 위용으로,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반가이 맞이한다.

느티나무를 지나 굴항 안으로 들어서서 만나는 팽나무도 발길을 붙잡는다. 바다를 향해 줄기를 숙이고 바닷물에 닿을 듯 말 듯 늘어뜨린 가지의 모양새가 멋스럽다. 팽나무는 소금기 머금은 바닷바람에도 잘 견디는 나무이다. 굴항이 군사시설로 제 역할을 하게끔 우람하게 잘 자랐다.

그런 팽나무 옆에는 염분에 잘 견디는 또 다른 나무가 벗하고 있다. 느릅나무과의 푸조나무이다. 9~10월에 팽나무 열매보다 조금 큰 검은색 열매를 달고 있지만, 팽나무와 푸조나무의 구분이 쉽지 않다. 그래서 푸조나무의 다른 이름은 개팽나무이다. 푸조나무는 해안가에 심어 바닷바람을 막아 주는 방풍림(防風林)으로도 제격이다.

굴항숲은 삼천포 도시재생의 한 축이기도 하다. 2018년에 150억 원 규모의 주거지 지원형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대방동이 선정됐다. ‘바다로 열리는 문화마을, 큰고을 대방 굴항’이란 사업명에서 알 수 있듯이 굴항과 굴항숲이 사업의 중심에 있다. 조선소가 있는 자리를 숲길로 꾸미는 사업도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굴항숲은 전쟁사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특이한 숲이다. 비보림(裨補林)으로 조성된 숲은 더러 있어도 군사시설로 만든 숲은 드물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자긍심을, 관광객들에게는 신비로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풍광도 아름다워서 어느 계절에 찍더라도 사진에 담기만 하면 작품이 된다.

 

※ 이 글은 사천시 녹지공원과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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