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장르만 로맨스

'장르만 로맨스' 영화 포스터.
'장르만 로맨스'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조은지 감독의 데뷔작 <장르만 로맨스>는 장점이 많은 영화다. ‘배우 출신’임을 강하게 상기시키듯 현장에서 습득한 경험치가 고스란히 영화에 녹아 있다. 먼저 배우들을 활용하는 능력과 방법이다. 이미 코미디에 능한 배우임을 증명한 류승룡은 감각적인 신인 감독이 깔아준 판에서 마음껏 뛰어논다. 중심이 든든하니 캐릭터 간 조화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소 흔한 스토리에 초반 소구력이 약한 편이지만 약점을 봉합하며 달려가는 뒷심이 완성도를 높인다. 

7년째 신작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김현(류승룡)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키는 ‘관계’라는 줄거리는 기시감이 들 만큼 흔한 스토리다. 글을 쓰지 못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그의 전 부인, 전부인과 비밀 연애에 빠진 친구, 부모의 이혼으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는 아들, 속을 뒤집어 놓는 천재 제자, 속내를 짐작하기 힘든 4차원의 이웃사촌, 이들이 벌이는 흔하디흔한 버라이어티 구강쇼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 흔함을 자신만의 색깔로 치장하고 고유성을 만드는 것이 감독의 역량이라 했을 때 <장르만 로맨스>는 성공적인 데뷔작으로 손색이 없다.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살피며 조율하는 섬세함이 지루한 범작으로 머물 뻔한 영화를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의 탄생으로 이끈다. 특히 상업 영화가 가져야 할 대중성과 본인의 지향을 아우르는 균형감은 탁월하다. ‘관계’의 다양한 모습과 존중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매우 사려 깊다. 신인 감독의 패기가 넘쳐 이해를 강요하거나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길을 잃지도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성장을 이야기하는 <장르만 로맨스>는 배우 조은지의 성장으로도 읽히는 이유다. 

참고로, 류승룡의 전작 <극한직업>과 같은 ‘빵빵 터지는’ 코미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다사다난하며 복잡미묘한 인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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