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역화폐로 골목상권 살리기, 그 가능성을 찾아서 ④

지역화폐와 배달앱 연동 등 상공인·소비자 상생 기회
부정사용 우려 있지만 지역경제 선순환 효과 ‘긍정적’
단순 할인율 보다는 지역사회 공동체 활성화 가치 주목  

지난해 코로나19로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전국의 95%에 해당되는 232곳의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해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지역 상권 살리려 하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 사천은 지역화폐 발행 계획이 없이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국적인 흐름과 타 지역 상황을 살펴 사천지역 지역화폐 발행과 관련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편집자- 

내년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지역화폐 발행 확대는 정치권의 쟁점이 되고 있다. 일부 대선 후보도 지역화폐 확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만큼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지역경제에서 지역화폐는 경제 활성화의 윤활유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지역형 배달앱에 지역화폐 연동 

여러 지자체에서는 조금씩 지역화폐에 다양한 기능을 덧붙여 가고 있다. 인근 진주시만 하더라도 모바일 중심의 진주사랑상품권에 배달앱 연동 기능을 더했다. 올해 민관협력으로 출시한 진주형 배달앱은 기존 상용 배달앱 이용 시 소상공인이 6~12%에 이르는 중개수수료를 물던 것을, 2%로 낮춰 경영 부담을 덜게 했다. 진주시는 진주형 배달앱 활성화를 위해 경남사랑상품권(경남제로페이)과 진주사랑상품권을 결제 수단으로 탑재했다. 

지자체와 상공인들의 노력의 결과, 올해 4월 기준 ‘배달의 진주’와 ‘띵동’ 등 배달앱에는 약 900개 업체가 입점했고, 9월 말에는 1000여 곳으로 늘었다. 진주형 배달앱을 깐 진주시민은 1만5000여 명이 넘었다. 진주시 인구가 35만 명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 수치는 적은 편이 아니다. 

최근 진주시는 지역 기업인 ㈜에이앤에이치스트럭처와 협업을 통해 자체 공공 배달앱인 ‘배달의 진주’와 드론을 연계한 배달 서비스를 금산면·대곡면 일대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지역화폐와 배달앱, 드론서비스까지 서로의 연동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은 사천시도 눈여겨볼 사례다. 

남해 역시 지류와 모바일 화폐에 이어 카드형 지역화폐를 출시했다. 카드형 지역화폐는 기존 종이화폐의 보관 불편성과 인쇄비용 소요 등의 단점을 보완하고, 모바일 사용에 불편을 겪는 어르신들이 쉽게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군 단위에서 지역화폐 발행은 재정 규모가 큰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화폐 활성화는 더딘 편이다. 

남해군은 2022년 남해 방문의 해를 맞아 남해 화폐 ‘화전’을 알리고 있다.
남해군은 2022년 남해 방문의 해를 맞아 남해 화폐 ‘화전’을 알리고 있다.

관광객도 이용하는 지역화폐

남해군에서는 2019년 남해화폐 화전(花錢) 출시 초기 유료관광지 방문객의 거스름돈을 화전으로 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관광객들의 남해 지역내 소비를 장려하고, 남해 지역화폐를 알리려는 의도였다. 남해군은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모바일 화전으로 환전해 지역 음식점과 상점 등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경남도는 자체 쇼핑몰인 e경남몰에 경남사랑상품권 이용이 가능한 기능을 탑재했다. 인천시도 인천 지역화폐 인천e음 결제가 가능한 인천e몰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지역화폐의 연동은 다양한 할인 이벤트로 이어지고 있다. 

기부와 자원봉사도 지역화폐 연계

서울 노원구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는 봉사활동과 기부 등에 지역화폐를 연동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울시 노원구는 2018년 2월 1일부터 지역화폐 노원(NW)을 발행하고 있다. 1NW은 현금 1원에 해당된다. 노원구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1시간 당 700NW이 적립된다. 기부를 하면 기부금액의 10%가 적립된다. 지역화폐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없어, 민간가맹점 활용은 부진한 상태지만 기부와 사회봉사를 지역화폐로 연결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노원구는 노원(NW)과 노원사랑상품권 2종류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다. 노원사랑상품권은 여타 지역에서 발행하는 지역화폐와 같은 기능을 한다. 

서울 마포구에는 지자체가 아닌 마포경제공동체 ‘모아’에서 발행하는 공동체화폐가 있다. 공동체 화폐 모아는 마포구 내 공동체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마포경제공동체 윤성일 상임대표가 공동체가게를 설명하는 모습.  
서울 마포구에는 지자체가 아닌 마포경제공동체 ‘모아’에서 발행하는 공동체화폐가 있다. 공동체 화폐 모아는 마포구 내 공동체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마포경제공동체 윤성일 상임대표가 공동체가게를 설명하는 모습.  

공동체 활성화, 좋은 소비 의미 살려

서울시 마포구 공동체 화폐 모아 활성화 사례는 지자체가 아닌 지역 민간단체에서 발행하는 공동체 화폐다. 마포경제공동체는 지역내 공동체 가게에서 이용가능한 지역화폐를 발행, 관리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에 비해 발행 규모는 작지만 마포구를 대표하는 망원시장 등 전통시장과 여러 협동조합, 공동체 가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종이 화폐에 이어 모바일앱도 출시하면서 공동체 화폐 이용은 더 편리해졌다. 마포구에서 공동체 화폐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지역주민들의 높은 공동체 의식 덕분이었다. 좋은 가게와 관계를 맺고, 좋은 소비를 하는 주민들이 있었기에 6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공동체 화폐가 활성화될 수 있었다. 

민관협업으로 꼼꼼히 준비해야

지역화폐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곳들은 대체로 지역화폐 필요성에 공감하며 민관이 함께 준비기간을 거쳤다. 경기도 시흥시의 경우 지역화폐를 준비하면서 민관이 함께 학습모임을 만들고, 배움을 시간을 가진 뒤 추진위를 구성, 화폐 발행에 들어갔다. 

이미 전국 95%의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천시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사천시는 올해 초 지역화폐 발행 관련 움직임이 있었으나, 최종적인 시행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지역화폐 발행 유무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새로운 시장이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천시 지역경제과는 “전국적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인 것은 저희도 익히 알고 있다. 시의회 시정질문 등 지적도 있었고, 저희도 여러 지자체의 사례를 보며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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