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천 유네스코 지질공원’을 꿈꾸며 ④

인간이 없던 시절, 사천은 공룡들의 세상이었다
아두·신수·비토·자혜…다양한 화석이 으뜸 지질자원
사천 선상지, 광포만 갯벌도 경관자원으로 활용 가능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쉬고 즐기느냐’가 더 중요해진 세상이다. 이에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다. 사천시도 마찬가지. 그러나 관광객을 사로잡을 ‘한 방’이 못내 아쉽다. 그 틈을 메울 방안으로 ‘유네스코 지질공원’이란 이름표는 어떨까? 다양한 화석산지와 경관 자원을 엮는 것만으로도 사천시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편집자-

공룡알 화석 등으로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474호로 지정된 아두섬 화석산지.
공룡알 화석 등으로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474호로 지정된 아두섬 화석산지.

[뉴스사천=하병주·김상엽 기자] 국가지질공원,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사천의 이름을 올려 보자는 제안에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사천에 그렇게 가치 있는 지질자원이 있나?’ 이런 궁금증이 생기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웬만한 전문가나, 특별히 사천의 지질에 관심 있는 이가 아니고선 저 물음에 대답이 곧장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기획보도의 첫 번째 기사에서 살폈듯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 위해선 국가적 학술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 5곳(세계적 가치 1곳 포함)만 있으면 기본적인 요건은 채우는 셈이 된다. 여기에 아름다운 경관자원이 여럿 있으면 유리하다. 그래야 관광과 연결 지어 지역 발전을 꾀할 수 있으니까. 지자체와 주민들이 이를 향한 마음만 굳게 먹는다면, 국가지질공원 인증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게 지난 설명이었다.

사천의 지질과 지형의 특징

그렇다면 사천에는 어떤 가치 있는 지질자원이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선 먼저 사천과 경남의 지질 특성부터 알 필요가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학계에 따르면, 경남 지역은 대부분 중생대 백악기의 육성 퇴적층으로 구성돼 있다. 육성이란 바다가 아니라 거대한 호수의 일부였음을 뜻한다. 암석의 생성 시기로 보면 지리산이 있는 서쪽이 더 오래되었다. 동쪽으로 갈수록 젊은 지층이다.

그중에 사천시는 한반도의 남해안 한가운데 있다. 곤명면부터 경상분지의 제일 하부 지층인 낙동층과 하산동층이 차례로 이어지고, 사천만이 있는 중앙에는 진주층이 자리 잡고 있다. 동쪽으로 칠곡층, 신라역암층, 함안층, 진동층이 이어진다. 이들은 모두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지층이다. 이 지층에선 공룡을 비롯한 새, 포유류, 악어 등의 다양한 발자국과 실체 화석이 발견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형으로 보면, 사천시는 소백산맥의 지맥이 여러 갈래로 뻗어 남쪽으로 향하다 바다를 만난 곳이다.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해 있다. 하천이 산지에서 평지로 흘러나올 때 생기는 선상지도 발달해 있다. 대표적인 산으로는 와룡산, 흥무산, 이구산, 봉명산, 각산 등이 있다. 섬도 여럿 딸려 있다.

사천의 다양한 화석산지

이러한 사천의 지질과 지형의 특성 가운데 가장 도드라진 대목은 다양한 화석산지이다. 진주교육대학교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의 연구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3월을 기준으로 사천지역에서 확인된 것만 68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게 2곳이다.

아두섬 화석산지에 있는 공룡알 화석의 모습.
아두섬 화석산지에 있는 공룡알 화석의 모습.

그중 하나가 ‘아두섬 공룡 화석산지’이다. 천연기념물 제474호인 이 화석산지에선 공룡알 화석, 공룡 발자국 화석, 공룡 골격 화석, 목재 화석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12개의 흔적이 발견된 공룡알 화석은 국내에서 밀도가 가장 높다. 이에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연구 가치가 높다고 보고 무인도인 아두섬 전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공룡알 화석은 아두섬 근처에 있는 신수도에서도 다수 발견됐다. 신수도에는 이뿐 아니라 익룡 발자국, 새 발자국, 공룡 피부 자국 등 다양한 화석이 발견돼 사천의 대표적인 화석산지라 할 수 있다. 발자국 길이가 1.5cm에 불과한 미니사우리푸스라는 초소형 육식 공룡 발자국 화석도 눈에 띈다.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한 서포면에도 곳곳이 화석산지이다. 그중 주목할 곳은 ‘선전리 백악기 나뭇가지 피복체 산지’. 문화재청이 올해 8월에 천연기념물 제565호로 지정했다. 나뭇가지 피복체는 백악기 호숫가 주변에 있던 나무에서 나뭇가지가 물에 떨어져 탄산염 등으로 코팅된 것을 말한다. 따라서 백악기 식생 연구나 미세조류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서포면 비토리에는 물갈퀴가 있는 새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전의 새가 남긴 발자국 화석이 있다. 새의 이름은 진주교대에서 오랫동안 화석을 연구한 서승조 명예교수의 이름을 딴 ‘서승조새’이다. 이 물갈퀴 발자국 화석은 중생대 쥬라기 후기에 시조새가 처음 출현한 이후로 새들이 진화를 거듭한 끝에 이 무렵에 이르러 물 또는 물가에 적응했음을 보여준다. 시기로는 1억 1000만 년 전쯤이다.

서포면 자혜리에는 ‘서승조새’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을 악어가 남긴 발자국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마치 사람의 발자국처럼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를 알 수 있는 이 발자국은 악어가 두 발로 걸어서 생긴 자국이다. 김경수 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은 이에 관한 연구 결과를 ‘한국의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된 대형 이족 보행 악어류에 대한 보행렬 증거’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에 학계는 물론, 세계의 주요 언론사들이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뉴스위크 등 세계 113개 이상의 주요 언론사가 보도했다.

“사천, 국가지질공원으로 손색없다”

서포면 비토리 ‘랩터 발자국’ 화석산지를 설명하는 김경수 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
서포면 비토리 ‘랩터 발자국’ 화석산지를 설명하는 김경수 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

이렇듯 사천에는 다양한 화석산지가 널렸다. 이를 두고 김경수 소장은 “그 옛날에는 공룡들이 이 땅의 주인이었던 셈”이라 말했다. 그는 “화석산지를 중심에 두고 선상지와 갯벌, 산과 습지 등을 연결하면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며, “국가지질공원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단언한다”라고 말했다. 남일대 해수욕장과 코끼리바위, 와룡산 새섬바위와 철쭉 군락, 섬과 어우러진 삼천포 앞바다의 오밀조밀한 풍경, 사천만과 광포만의 갯벌, 사천 선상지, 완사늪 등을 화석산지와 연계할 사천의 지질자원 또는 경관자원으로 꼽았다.

남일대 해수욕장과 코끼리바위도 매력 있는 지질자원이다.
남일대 해수욕장과 코끼리바위도 매력 있는 지질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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