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인물탐구] 소설가이자 역사가, 범보 김인배 ②

삼천포초·중·고 졸업…‘도스토옙스키’에 빠지다
화가·소설가 갈림길에서 만난 요산 김정한 선생
암 투병 중에도 펜을 놓지 않은 열정으로 기억

소설가이면서 역사가로 평가받는 범보 김인배 선생. 그의 고향은 사천 삼천포이다. 그러나 고향을 오래 떠나 있던 탓에 지역에서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드물다. 이에 뉴스사천은 범보 선생의 삶과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글쓴이는 범보 선생의 누이동생이기도 하다. -편집자-

소설가 김인배 작가는 젊었을 적에 소설가와 화가의 꿈을 함께 꾸었다.
소설가 김인배 작가는 젊었을 적에 소설가와 화가의 꿈을 함께 꾸었다.

[뉴스사천=김도숙 시민기자] 흔히 작가의 길은 전생에 남다른 업(業)이 많은 사람이나 할 일이라고들 한다. 숙세(宿世)에 무슨 죄가 컸기에 이승의 한평생을 살 동안 그토록 밤낮없이 괴로워하며 마치 스스로 참회하고 고백하는 자세로 글을 써야만 하는가?

김인배 작가는 1948년 8월 8일 삼천포항(사천시 동동)에서 태어났다. 철모르던 소년기를 거쳐 중학교 시절에는 러시아문학에 빠져들었다.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전집들을 밤새워 읽던 그 무렵에, 벌써 ‘삶이란 자아와 세계 사이의 끝없는 대립과 불화의 연속’이라는 부정적 인식에 길들어가고 있었다.

초중고교 시절엔 학생회장, 반장, 축구부 주장을 지내며 학업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웅변, 운동, 글, 그림 솜씨가 뛰어나 각종 백일장과 사생대회에서 자주 상을 받았다. 특기할 만한 큰 상으로는 당시 유일한 학생 잡지 「학원」의 문학상에 응모해 소설 부문에 입상한 일을 꼽을 수 있다. 미술 분야에선 부산일보사 주최 <부일미술상> 특선과 <한산대첩기념제전> 회화부 특선, <개천예술제> 서양화 부문 최우수상을 몇 차례 수상했다.

1970년 진주교대 재학 중 전국대학미전 서양화부 특선(유화 50호 인물화)을 계기로 미술에 전념할 것인지, 평소의 꿈인 문학가의 길을 택할 것인지 고민했다. 「학원」 문학상에 입상한 것이 중학교 3학년 때였는데, 그 이후 고교 3년간은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전집을 닥치는 대로 독파하며 서서히 문학가의 길로 접어들었던 시기이다. 

진주교대를 졸업하던 1970년대 초, 첫 발령지인 황량한 낙도에서 학생들이 모두 귀가한 텅 빈 교정,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사택의 단칸방에서 촛불을 켜고 지새워야 하는 고독한 2년의 세월이 그에게는 본격적인 문학 습작기였다.

동아대 국문과 3학년에 편입한 1975년, 그는 마음속에 눌러두었던 작가에의 열정이 내부에서 다시 분출하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해 겨울의 신춘문예 기간까지 기다리기에는 마음이 조급했다. 이번이 마지막 시도라는 심정으로 400매 분량의 중편소설 <방울뱀>을 탈고한 것이 그해 5월 말이었다.

그는 이 작품을 계간지 「문학과 지성」에 투고해 평론가들로부터 직접 평가받고 싶었다. 다음 달에 「문학과 지성」에 그의 소설이 실리면서 ‘대기(大器)의 가능성을 숨겨 온 신인의 등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것이 그가 소설가로서의 업보를 충실히 치르게 된 계기가 된다.

김인배 작가가 나고 자랐던  삼천포항(사천시 동동)의 모습
김인배 작가가 나고 자랐던  삼천포항(사천시 동동)의 모습

김인배 작가가 걸어온 길
▷ 학력 : 1948년 출생 후 삼천포초, 삼천포중, 삼천포고를 차례로 졸업. 진주교육대학 졸업 후 5년간의 초등교사 의무 복무. 동아대학교에 편입해 국어국문학과 졸업. 이후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수료함.
▷ 1975년: 동아대 3학년 재학 중 계간지 「문학과 지성」에 중편소설 <방울뱀>을 발표함으로써 등단. 같은 해 동아문학상 수상(소설 <사포곶>). 당시 동아대 국문과에 출강하던 원로 소설가 요산 김정한 선생과 사제 간 인연을 맺음. 이후 미술에 대한 미련을 접고 소설 창작에 주력함.
▷ 1979년: 논문 <김정한 소설의 문체 연구>로 석사 학위 취득.
▷ 1981년: 진주 삼현여고 재직 중 1980년 봄에 결성된「작가」동인에 참여. 이후 소설가 이문열, 유익서, 윤후명, 김원우, 강석경, 김채원, 김상열, 서동훈, 손영목, 정종명, 정소성, 황충상 등과 교류.
▷ 1982년: 동인지「작가」제3집(민음사 간행)에 단편 <환상의 배> 발표. 월간문예지「현대문학」12월호에 중편 <물목> 발표, <올해의 문제작가>로 선정.
▷ 1984년:「문예중앙」봄호에 단편 <후박나무 밑의 사랑> 발표. 동인지 「작가」 제4집에 무명 화가의 비극적 삶을 그린 <문신(文身)> 발표. 「문예정신」에 <귀적(鬼籍)> 연재
▷ 1986년:「동서문학」2월호에 단편 <지붕 밑 방의 시(詩)> 발표.
▷ 1987년: 첫 창작집 <하늘궁전>을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판.
▷ 1988년:「현대문학」 1월호에 단편 <독요초(獨搖草)>를, 「문학정신」 5월호에 중편 <망명의 섬>을, 「문학사상」12월호에 단편 <고삐>를 각각 발표. 문고판 소설집 <문신(文身)>을 「고려원」에서 출판.
▷ 1989년: 「문학정신」 4월호에 「단편 골무」 발표.「동서문학」5월호에 단편 <어항 속의 올챙이> 발표.
▷ 1991년: 우리말 연구서 <일본서기 고대어는 한국어>(빛남)를 동생 김문배와 공저.
▷ 1992년: 세 번째 소설집 <후박나무 밑의 사랑>(문학과 지성사) 출판.
▷ 1993년: <전혀 다른 향가 및 만엽가>(우리문학사)를 동생 김문배와 공저.
▷ 1995년: 한일 고대사 연구서 <고대로 흐르는 물길>(세종서적) 출판. <임나신론(任那新論-역설의 한일고대사>(고려원) 출판.
▷ 2008년: 소설집 <비형랑의 낮과 밤>(문학세계사) 출판.
▷ 2009년: 우리말 연구서 <神들의 이름>(오늘)을 김문배와 공저.
▷ 2015년:  장편소설 <오동나무 꽃 진 자리>(푸른사상) 출판.
▷ 2017년:「월간문학」2월호, <이 시대 창작의 산실, 김인배 소설가> 조명.
▷ 2018년: 대하소설 <열린 문, 닫힌 문>(황금알) 출판.
▷ 2019년: 암 투병 중 1월 19일 사망.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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