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알로하, 나의 엄마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금이 저 / 창비  / 2020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금이 저 / 창비  / 2020

[뉴스사천=박은영 삼천포도서관 사서] 어디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알로하’라는 말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다. 배려, 조화, 기쁨, 겸손, 인내 등을 뜻하는 하와이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그 인사말 속에는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하와이 원주민의 정신이 담겨 있다.

여자들은 혼자 장에 가는 것도 어려웠던 시절,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로 간 여성들의 이야기는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저자는 한인 미주 이민 100년사를 다룬 책을 보던 중 앳돼 보이는 얼굴에 흰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은 세 명의 여성을 찍은 사진을 마주한다. 그들은 한 마을에서 하와이로 함께 떠난 ‘사진 신부들’이다. 

백여 년 전 일제강점기 시대에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하와이 이민선에 올랐던 이민자들은 세상을 태울 듯한 뙤약볕과 칼날처럼 날카로운 잎을 가진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해야 했다. 그들은 가정을 꾸리기 위해 조국으로 자기 사진을 보내 배우자를 구하는 사진결혼을 택했다. 사진 한 장에 평생의 운명을 걸고 하와이에 도착한 ‘사진 신부들’은 깨진 꿈을 슬퍼하고 한탄할 겨를도 없이 주어진 삶을 살아 내야 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도 키우고, 남자 못지않게 힘든 노동을 하고, 살림을 일으키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도 당당하게 열정을 보탰다.

이 책은 무엇보다 한 호흡에 읽히는 강렬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백여 년 전 하와이에 대한 생생하고 디테일한 묘사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살고있는 결혼 이주민 여성들도 자기 가족과 집과 나라를 떠나는 일이 큰 모험이었을 것이다. 한국에 온 그들이 낯선 언어와 환경에 적응하느라 얼마나 힘든지 다 알기 어렵다. 그러나 주인공 버들과 홍주, 송화 이야기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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