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사천 유네스코 지질공원’을 꿈꾸며 ③

역사·문화·생태 자원 풍부한 전북 서해안 지질공원
경주·포항·영덕·울진의 ‘4색 지질공원’, 경북 동해안 
교육 연계 프로그램 다양…“주민 관심 점점 커져”

무슨 일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쉬고 즐기느냐’가 더 중요해진 세상이다. 이에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다. 사천시도 마찬가지. 그러나 관광객을 사로잡을 ‘한 방’이 못내 아쉽다. 그 틈을 메울 방안으로 ‘유네스코 지질공원’이란 이름표는 어떨까? 다양한 화석산지와 경관 자원을 엮는 것만으로도 사천시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편집자-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중 경주시 양남 주상절리. 꽃 모양의 독특한 모습이어서 세계에서도 희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중 경주시 양남 주상절리. 꽃 모양의 독특한 모습이어서 세계에서도 희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스사천=하병주·김상엽 기자]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은 2017년 9월에 인증받았다. 국내 열 번째다. 고창군과 부안군에 걸쳐 있다. 면적은 1892.5㎢. 고창 선운산 도립공원과 부안 변산반도 국립공원을 끼고 있어 자연 경관이 아름답다. 고인돌 유적과 생물권 보전지역도 포함하고 있어 다양한 역사·문화·생태 자원을 지녔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의 지질은 원생대부터 신생대 제4기까지로 다양하다. 그중 지질명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생대 백악기의 화산암체가 가장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백악기 화산 활동의 과정과 그 앞뒤로 나타난 퇴적 작용에 관한 정보까지 고스란히 품고 있어서다. 지질명소는 고창군에 13곳, 부안군에 19곳을 합쳐 32곳이다.

고창군의 대표적 지질명소로는 운곡습지와 고인돌군을 꼽을 수 있다. 운곡습지는 산지 습지로서 830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 우수 지역이다. 환경부가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이면서, 람사르 습지로도 지정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람사르 습지란 람사르 협약(=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에 따른 협회에 등록한 습지를 말한다. 운곡습지에서 고개를 넘으면 고인돌군이 나온다. 고창 고인돌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이 올라 있다.

이밖에 고창군에는 선운산 진흥굴, 소요산 용암돔, 병바위, 고창 갯벌, 명사십리 등의 지질명소가 있다.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 중 부안군의 채석강.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 중 부안군의 채석강.

부안군에는 채석강과 적벽강이 이름난 지질명소다. 채석강은 다양한 크기의 입자와 구성 물질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에 파도의 침식이 작용해 만든 결과물이다. 해식애, 파식대, 해식동굴 등 다양한 지형을 볼 수 있다. 역암과 사암·사암과 이암의 교대층, 셰일, 화산회로 이루어진 퇴적 환경은 아주 옛날에 이곳이 호수였음을 말해 준다. 적벽강은 차가운 퇴적물과 뜨거운 유문암질 용암이 뒤섞여 만든 독특한 암석(페퍼라이트)으로 구성돼 있다. 채석강과 적벽강 모두 국가 문화재인 ‘명승’이다.

부안군의 다른 지질명소로는 직소폭포, 진리 공룡알 화석지, 모항 생선뼈 광맥계, 유천리 청자 도요지 등이 있다.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은 경주시, 포항시, 영덕군, 울진군에 걸쳐 있다. 면적이 2261㎢로 국내에서 가장 넓다.  2017년 9월에 인증받은 국내 아홉 번째 국가지질공원이다. 동해안을 따라 다양한 지형·지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경주시에는 양남 주상절리가 대표적인 지질명소다. 뜨거운 용암이 식을 때 수축 작용으로 생기는 게 주상절리인데, 양남에선 수직과 수평 모양의 다양한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특히 활짝 핀 꽃 모양의 방사형 주상절리는 세계에서도 희귀하게 꼽힌다. 그래서 환경부가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해 놓았다. 경주시는 이곳에 전망대를 세워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중 울진군 불영계곡.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 중 울진군 불영계곡.

포항시에는 내연산 12폭포, 두호동 화석산지, 달전리 주상절리, 구룡소 돌개구멍, 호미곶 해안단구 등의 지질명소가 있다. 영덕군의 철암산 화석산지, 고래불 해안, 원생대 변성암, 울진군의 덕구계곡, 불영계곡, 왕피천, 성류굴도 동해안 지질공원에서 눈여겨볼 만한 지질명소이다. 이 가운데 두호동 화석산지와 철암산 화석산지 등에선 한반도에서 일본이 떨어져 나가던 시기의 환경을 엿볼 수 있다. 학계가 중요한 연구지로 꼽는 이유다.

4개의 시·군을 품은 동해안 지질공원은 지자체별로 개성 있는 주제가 자랑이다. 경북 동해안 지질사무국은 울진을 ‘생태 경관’, 영덕을 ‘해양 경관’, 포항을 ‘근대화와 지질’, 경주를 ‘역사문화와 지질’이란 주제로 소개하고 있다.

반면, 지역 범위가 넓어 지질공원의 운영과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약점이다. 그런데도 ‘국내 다섯 번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록’이라는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동해안 지질공원사무국은 2023년까지 동해안 지질공원센터를 울진에 세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민들, ‘지역경제에 도움’ 깨달아”

전북 서해안과 경북 동해안 국가지질공원에서도 주민들의 참여와 변화가 가장 눈에 띈다.

​고창군의 정용호 지질학예사가 아산초교 학생들에게 지질 교육을 하고 있다.​
​고창군의 정용호 지질학예사가 아산초교 학생들에게 지질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고창군에서는 지질 교육이 학교 교육과 결합한 모습이었다. 고창군의 지질공원 해설사들이 지질명소를 가까이 둔 초등학교를 찾아가 지역의 지질 특성 따위를 가르치는 방식이다. 딱딱한 이론보다 체험과 놀이에 무게를 뒀다. 고창군의 정용호 지질학예사는 “조만간 국가지질공원 재인증을 위한 심사가 있는데, 이때 학생들이 일부 지질명소의 현장 설명을 맡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질공원의 교육 연계 현상은 동해안 지질공원에서도 나타난다. 다만 교육에 있어 지질공원의 지역적 범위가 그리 중요치 않은 모양이다. 동해안 지질공원사무국의 이윤수 팀장은 “중·고등학교나 대학에서 단체로 ‘지질 투어를 할 수 있느냐’는 문의를 자주 한다”라고 했고, “가족 단위의 여행객도 많다”고 했다.

지질공원 내 지역민들의 관심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팀장은 “동네에 기암괴석이 있는데 지질명소로 등록될 수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고, 탐방객들이 지질명소를 훼손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질유산을 잘 활용하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은 점이 주민들의 가장 큰 변화”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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