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007 노 타임 투 다이

'007 노타임 투 다이' 영화 포스터.
'007 노타임 투 다이'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1962년 <007 살인번호 Dr. No>로 시작해 2021년 <007 노 타임 투 다이>에 이르기까지 60여 년 동안 관객의 뇌리에 각인한 캐릭터가 제임스 본드다. 숱한 명배우들이 제임스 본드 역을 맡으며 스타덤을 공고히 했으며, 2006년 <카지노 로얄>이후 지금까지 본드로 살았던 다니엘 크레이그는 숀 코너리가 이끌었던 1960년대 본드의 황금기를 재현했다는 평가와 함께 007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이런 다니엘 크레이그표 본드의 마지막 작품이 <007 노 타임 투 다이>다. 오랜 시간 007로 복무한 다니엘 크레이그를 위한 헌사로서의 웅장함이나 장엄함을 기대했다면, 그런 거는 개나 줘버려! 자세다.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제작비와 최장의 러닝타임 163분은 그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가 초반 20여 분의 능선을 넘는 순간 처참히 무너진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거짓말이며, 세상에 완벽한 이별은 없다. 시리즈를 이어 가는데 방해된다고 생각했을까.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야말로 정보 전달이 제한적이던 쌍팔년도 사고방식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초반 액션 시퀀스다. 무엇보다 가장 007다우며 007이라는 이미 고유명사화된 장르에 대한 기대감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그리고 끝이다. 이후 서사는 길을 잃고 헤매며 명분 부족의 빌런은 몰입도를 방해하고 총체적 난국 속에 영화는 느슨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던 007 특유의 매력이 없다. 이러니 팬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올 수 밖에. 단순히 액션 영화를 본 것이라면 초반 액션 시퀀스로 대리 만족이라도 했겠지만 이런 퇴장을 원했던 팬은 거의 없지 않을까. 마지막 각인은 본드다워야 하지 않았을까. 그게 오랜 팬들에 대한 영화적 예의다. 다만 2006년 첫 본드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누구보다 본드다웠다는 찬사를 받았던 다니엘 크레이그의 존재감 하나만은 압도적이다. 

뜨겁게 뜨겁게 안녕~을 외치고 싶었지만 다니엘의 본드는 오래도록 그리울 것 같다. 다만 그 그리움에서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을 듯 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