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때 만찬주로 올라 화제가 되었던 ‘풍정사계 춘’이 2017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 술 품평회’ 청주 부문에서 대상(대통령상)을 받았다.

전통술방 화양에서는 계절별로 네 가지의 술(풍정사계)을 만드는데,  맑은 부문과 탁한 부문을 ‘춘(春·약주)’과 ‘추(秋·탁주)’로 그리고 증류한 소주를 ‘동(冬·소주)’으로 부른다. 재미난 것은 여름 술인 ‘하(夏·과하주)’로, 이 술은 발효주와 증류주를 적당히 섞은 것이다.

지날 과(過)에 여름 하(夏)와 술 주(酒)를 써서, 여름을 지난다는 술인 과하주(過夏酒)는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술이 쉽게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선 시대의 우리 선조들이 개발한 술이다. 

술의 발효 초기에 도수가 높은 증류식 소주를 넣어 알코올 발효를 억제함으로써 높은 온도에서 술이 쉽게 상하는 것을 막고, 발효주와 증류주의 맛이 섞여 저도주의 단맛이 살아 있으면서 독주의 맛도 품은 아주  독특한 술이다.

이것은 저도주의 포도주에 고도주의 브랜디를 섞어 만든 포르투갈의 포트와인과도 흡사하다.

포트와인은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때 탄생한 술로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영국은 기후가 불안정하여 포도주의 품질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주로 프랑스에서 포도주를 수입했는데, 전쟁을 치르다 보니 대체지를 찾게 됐고, 새로운 수입국으로 포르투갈이 떠올랐다.

문제는 습도와 온도가 높은 지중해 해양성 기후로 인해 수송 중에 술이 쉽게 상한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포도주에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를 넣었는데, 이것이 주정 강화 와인인 포트와인을 탄생시켰다.

이 때문에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에서  직접 맛을 보고 포트와인을 구매하는 것이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여행 상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우리의 과하주는  지구 반대편인 포르투갈에서 생산하는 유럽의 대표 술 포트와인보다 100년 이상 앞선다. 그런데도 일제강점기에 그 맥을 완전히 잃어버렸고, 정작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깡그리 사라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육당 최남선이 “조선 최고의 술 중 하나”로 꼽은 ‘경성 과하주’가 젊은 여성이 술을 빚는 술아원에서 생산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지금이야 사시사철 술을 만들어 마실 수 있지만, 조상님들에게 과하주는 여름 한철 한정판으로 만들어 마시던 ‘에디션 상품’이었다. 잘만 스토리텔링 하면 사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약주의 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소주의 강한  맛을 지닌,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의 강렬한 첫인상을 잊을 수 없었단다.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우리의 술 과하주가 정부의 기능이 아닌 개인적 역량으로 되살아나고 있음에 찬사를 보낸다. 나아가 조선의 과하주가 세계인의 술을 뛰어넘어 미래의 술로 거듭나길 바라여 본다.

하늘빛이 고운 가을이다. 내내 건강하시길 두 손 모은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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