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숨이 가슴까지 차, 잠도 이룰 수 없던 한여름의 더위도 8월 7일 입추가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물러갔습니다. 밤이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 잠자리도 편안합니다. 계절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해주신 조상님들의 지혜에 감탄하면서,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우리나라 자연에도 고마운 마음으로 고개를 숙입니다.

1964년에 설립한 유엔무역개발회의 (UNCTAD)가 창설 이래 처음으로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으로 지위를 바꾸었다는 발표가 7월 2일에 있었습니다. 국민소득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국민의식 등을 고려해 만장일치로 선정했다고 하니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애국선열과 부모님께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지난주부터 각급 학교는 개학을 맞이했습니다. 한 학기를 마치고 다시 한 학기를 시작하는 매우 소중한 시기입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나는 여름방학을 보내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참 세월이 무섭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눈에 띄게 키가 훌쩍 큰 아이, 변성기가 와 목소리가 굵어진 아이들이 마음을 담아 건네는 인사 한마디에 아침 시간은 가슴이 벅찹니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며 안부를 묻고 싶지만, 순식간에 지나가는 아이들의 얼굴이 마스크에 가려져 있어 이름이 선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좋은 아침입니다.”만 큰소리로 외칩니다.

이번 학기에도 상처받는 아이 하나 없이 건강하게 잘 성장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갈등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회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각종 갈등과 문제를 일으키며 살아가듯이, 학교라는 곳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특성을 지닌 아이들이 모여 생활하는 곳이기에 갈등과 문제는 일상사입니다. 다만 교사는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너무 심각하거나 큰 상처를 받지 않고 무난하게 더불어 살아 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지켜보고 안내하려 노력합니다.

학부모님들께서도 아픔을 통해 성장했다는 경험을 기억하시고, 자녀들이 흔들리며 자라나는 모습을 가슴을 열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클 때는 안 그랬는데’라는 생각은 부디 말아주십시오. 그때와 다른 지금의 환경을 감안하면서, 아이의 모습을 뒤에서 큰마음으로 지켜봐 주기를 당부 드립니다. 자세히 보면 자신의 옛 모습을 자녀에게서 발견하는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실망도 하지 마시고, 크게 기뻐도 하지 마시고, 내 자식이 나를 닮아서 바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주세요. 항상 칭찬하며 꿈을 키워주기를 당부드립니다.

학기별로 교과서가 대부분 나뉘어 있습니다. 개학일에 1학기 교과서를 그대로 가지고 온 아이, 공책이나 필기구도 하나 없이 온 아이, 교복도 입지 않고 슬리퍼를 신고 온 아이를 볼 때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새 학기를 맞아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새 공책을 사고, 연필을 사서 깎던 설렘이 떠오릅니다. 자녀와 함께 2학기 교과서도 챙기고, 공책도 넉넉하게 새로 한 열 권 정도 사주십시오. 필통을 살펴보고 부족한 학용품을 챙겨주다 보면 자녀도 부모님도 행복할 것입니다. 그런 시간이 자녀들의 기억에 남습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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