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싱크홀

'싱크홀' 영화 포스터
'싱크홀'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웃기고 싶은 욕망에 억지가 더해지면 그나마 잘 배치해 놓은 웃음 코드도 사라진다. <싱크홀>이 바로 과욕의 결과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킬링 타임용 재난 영화라는 목적에 충실히 하고자 했다면 요즘 같은 시국에 극장행을 택한 수고와 시간이 아깝진 않았을 텐데 욕심을 부려도 너무 부렸다. 웃음, 감동, 재미 등등 이 모든 것을 정돈하지 않은 채 욱여넣으려고 하니 결과가 최악일 수밖에.

싱크홀이라는 개성 있는 소재는 재난 드라마를 꾸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평범한 삶의 공간이 예측 하지 못한 싱크홀이라는 공간으로 수직 이동하면서 벌어진다는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 한다. 정극과 코미디 모두에 능한 차승원에 김성균, 이광수까지 가세했으니 못해도 반타작은 기대해볼 법하다. 그런데 이 무슨 난감한 상황이란 말인가.

평범한 사람들의 예상하지 못한 재난 탈출기라는 점에서 비교할 수 있는 영화 <엑시트>의 장점을 불행히도 <싱크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유머는 억지스럽고 풍자는 왠지 닭살 돋는다. 다소 엉성한 CG는 제작비 때문이라고 쳐도 갈팡질팡하는 플롯은 전적으로 연출력의 부재에 기인한다. 재난만 집중하던지 감동 코드 섞은 코미디에 주력하던지 아이디어 하나에만 집중했어도 이토록 어지럽진 않았을 것이다.

늘 그렇듯 나쁜 결과의 시작은 부족한 연출력에서 출발한다. 순간순간 번득이는 아이디어 하나에만 집중했어도 영화적 완성도는 좀 더 나았을 텐데,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같은 사회 비판도 하고 싶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도 모두 건드리고 싶고, 괜찮은 아이디어는 모두 다 욱여넣고 싶으니 보는 입장에서는 숨이 막히는 게 당연지사다. 상쾌까지는 아니더라고 유쾌 통쾌 정도는 기대했으나 하품 끝에 허탈함만 돌아온다. 그저 애쓰는 배우들의 연기가 안쓰러울 뿐이다. 그야말로 재난 같은 재난 영화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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