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가정’은 어떤 가정?…이름 속의 차별 요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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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가정’은 어떤 가정?…이름 속의 차별 요소들
  • 하병주 기자
  • 승인 2021.08.19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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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21 쉬운 우리말 쓰기 : 품고 배려하는 말과 글 ⑤

이 기획 보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하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에 선정된 뉴스사천이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의 도움으로 진행한다. 여러 사회복지기관의 협조로 그들의 누리집을 더 쉬운 표현으로 바꾸는 방안을 찾는다. -편집자-

사천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한때 ‘다문화’ 가족만 지원했으나 지금은 ‘일반’,‘한부모’, ‘조손’, ‘1 인 가구’ 등을 포함한 모든 가족을 돕는다.
사천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한때 ‘다문화’ 가족만 지원했으나 지금은 ‘일반’,‘한부모’, ‘조손’, ‘1 인 가구’ 등을 포함한 모든 가족을 돕는다.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품고 배려하는 말과 글>을 주제로 사회복지시설 누리집을 살피는 사업의 두 번째 대상은 사천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https://sacheon.familynet. or.kr/center)이다. 이 기관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간략히 소개한다면, ‘온 가족의 행복이 균형을 이루도록 지역 공동체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한때는 ‘다문화’ 가족만 지원했으나 지금은 ‘일반’,‘한부모’, ‘조손’, ‘1인 가구’ 등을 포함한 모든 가족을 돕는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건강가정’과 ‘다문화’, 모두 적절한 표현일까? 경상국립대학교 국어문화원에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다문화’에 관해 살펴보자.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은 이 말이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 나온 법률 용어이긴 하나, 차별적 용어로 쓰이는 현실을 고려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

다문화’는 말 그대로 ‘다(多)문화’인데, 여기서 ‘문화’를 곧 ‘국적’ 또는 ‘출신 나라’로 여기는 인식이 적절하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각종 지원 사업이 이어지면서 ‘다문화=사회취약계층’이란 인식이 싹트게 돼, 당사자들도 이 표현을 반기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사천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누리집.
사천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누리집.

‘다문화’를 특별한 눈으로 보게 되는 다른 이유도 짚었다. 이른바 선진국으로 불리는 서구 국적의 외국인과 한국인이 결혼한 경우는 ‘국제결혼가정(가족)’으로 보면서도, 같은 동양계 또는 저개발 국가의 외국인과 한국인이 맺은 결혼만 유독 ‘다문화’로 지칭하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처음엔 좋은 뜻으로 ‘다문화’란 말을 만들어 썼을지라도 이미 차별적 인식이 생겼다면 새로운 가치 중립적 표현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건강가정’도 같은 맥락에서 살필 수 있다. 먼저 건강가정기본법에서 정한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가족’이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 ‘가정’이란 가족 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하는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보호·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생활 단위를 말한다. 또한 ‘건강가정’이란 가족 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이다. 결국 해당 기관은 ‘건강한 가정’이 되도록 모든 가정 또는 가족을 돕는 역할을 하는 셈인데, 여기서 말하는 ‘건강’은 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건강하고 건강하지 않은 가정의 구분은 어디에 있는가? 이런 궁금증이 자연스레 일어나 혼란을 준다. 이에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은 “그럴 바에야 차라리 ‘건강’이란 말을 빼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마침 정부도 건강가정기본법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바꾸면서 ‘건강가정’을 대체할 다른 용어를 찾을 예정이라니 반가운 일이다.

이상에서 살핀 것처럼 어떤 용어로 특정 집단을 가리키거나 구분 짓는 일은 매우 조심스럽다. 예를 들어 ‘다문화’라는 말과 함께 등장한 ‘결혼이주여성’은, 한국 국적 여성과 결혼한 외국인 남성을 ‘결혼이주남성’으로 부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적 용어로 꼽혀 왔다. 대신 그 자리는 ‘결혼이민자’라는 말이 잡아가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탈북민’이란 용어는 ‘북한’과 ‘이탈’을 너무 직접적으로 가리킨다고 하여 ‘새터민’ 으로 이름을 바꾼 바 있다. 그러나 ‘새터민’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생겨나면서 최근엔 다시 ‘북한이탈주민’ 이란 표현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 장애인을 ‘장애우’ 로 부르다가 다시 ‘장애인’으로 쓰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은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을 위한 행정 용어도 좀 더 쉽게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예로 ‘체류’나 ‘귀화’를 들었다. 국립국어원은 ‘머무르다’, ‘국적 옮김’ 등으로 다듬어 쓰기를 권장 하는 용어다. ‘체류’나 ‘귀화’가 한자 문화권의 외국인에겐 쉬울지 몰라도 그 밖의 언어권에선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국어문화원의 생각이다. 외국인에게 우리말과 한자어가 모두 낯선 바에야 차라리 우리말을 더 살려 쓰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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