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과 망작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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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과 망작 사이
  • 배선한 시민기자
  • 승인 2021.07.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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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랑종
'랑종' 영화 포스터.
'랑종'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30도를 웃돌면서도 축축하고 끈적해 불쾌지수만 한없이 올라가는 시기다. 이런 날에는 등골이 서늘한 호러가 제격이니, 이 타이밍에 정시도착한 영화가 <랑종>이다. 긴장감으로 어깨에 들어간 힘이 도무지 빠지질 않았던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기획과 제작에 시나리오 원안까지 제공하고, <셔터>를 연출한 태국 호러영화의 거장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니 기대감은 한없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홍진이라는 마케팅은 초반 관객몰이까지만 유효했다. 호불호가 갈린다기보다는 함량 미달이라는 표현이 더 알맞다. 2021년 여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인 이 호러물은 불쾌하고 기괴한 뒷맛을 남긴 채 씁쓸히 퇴장할 모양새다. 

<랑종>은 태국의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전국의 무당을 찾아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가문의 피에 대한 세 달간을 기록한 실화 같은 이야기로, <블레어 위치>,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같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다. 샤머니즘을 끌어와 미지의 공포를 드러낸 <곡성>과 상당히 유사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두려움에 몸을 움츠린 관객의 멱살을 잡고 마지막까지 달려갔던 <곡성>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동남아시아 특유의 습함과 토템이라는 버무리기 좋은 소재는 그냥 짜증으로만 남는다. 

호러 영화의 본질은 말 그대로 공포, 즉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연출이 다소 삐걱거리고 캐릭터 개연성이 좀 떨어져도 무서우면 반타작은 하는 법이다. 그래서 관객과의 소통 포인트를 정확하게 읽는 것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중요하다. 공포 지수를 올리는 복선, 사운드, 반전 등등의 장치가 이리저리 어우러지며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면 최소한 영화에 투자한 시간은 아깝지 않은 법이다. 하지만 공포를 표현하는 방식은 지루하고 진부하며, 심지어 한없이 느리기만 해서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아이디어를 차용한 이유조차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실 <곡성>조차 괴작으로 불리는 마당이니, <랑종>은 괴작과 망작의 사이 어드메쯤 위치할 듯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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