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초복을 지나더니 더위가 한층 기승을 부린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가 이상기온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맘때면 국내외로 휴가를 떠나는 인파가 뉴스가 되곤 하더니 올해는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디로든 떠나기 어려워 자기 집에서 주로 머문다는 ‘집콕’이 대세가 되었다고 한다. 재작년에 나타나 명칭에 19가 붙은 이 감염병이 올해도 잠잠해질 가망이 보이지 않으니 지구상에서 일상이 된 마스크가 사라질 날이 언제가 될지 갑갑한 생각이 절로 든다. 

옛사람들은 이 더위를 어떻게 견뎠을까, 먼 옛날이 아닌 가까운 옛날인 1950년대만 해도 냉장고, 에어컨, 선풍기, 얼음, 모시옷 따위는 말할 것도 없고 그 흔한 부채마저도 귀하게 여겨야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늘날 사람들은 남과 비교하면 자기가 다소 가난하다손 치더라도 그 시절 사람에 비하면 호사(豪奢)를 누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위로해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이 더위가 작물을 더 풍성하게 자라게 해 배부른 가을을 기약해 주고 있다는 사실을 ‘덤’으로 얹어서.

병자호란 때 끝까지 싸우기를 주장한 척화(斥和)의 선두에 선 뒤 훗날 청나라로 끌려가 고초를 당하기도 했던 김상헌의 후손으로 김창업(1658~1722)이라는 사람이 있다. 아버지와 맏형이 다 영의정을 지냈으나 당쟁의 결과 둘 다 사약을 받아 죽은 명문가의 사람이었다. 벼슬길의 위험함을 일찍 알았는지 벼슬길에는 잠깐 머물렀고, 물러나 자연에 묻혀 지냈다. 그림에도 능하였다. 벼슬은 크게 않았지만, 집안의 후광을 안고 유복한 삶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수저’로 태어난 여유에서나 나올법한 노래라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무덥고 갑갑한 생각이 들면 한 번 읽어볼 만한, 그가 남긴 시조 한 수를 소개한다.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 할 이 뉘 있으며/ 의원(醫員)이 병 고치면 북망산(北邙山)이 저러하랴/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내 뜻대로 하리라”

세상 사람이 다 벼슬할 수는 없는 법이니 자신의 분수를 잘 살펴 살아야 함을 말하고,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사람이 임의로 죽고 살고 할 수 없음을 말했다. 그러니 헛된 욕심을 버리고 세상 이치에 맞는 삶을 나름대로 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북망산은 옛날 중국 낙양에 있던 왕후 고관들의 무덤터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후대에 많은 사람이 묻힌 무덤터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내년으로 닥친 두 선거에 나서려는 사람들은 이 무더위에 얼마나 애가 쓰일지 모르겠다. 다 국가와 자기가 사는 지방을 위한 일념으로 나선 분들이지만 뜻을 이루는 사람은 그중 한 명, 또는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이나 표를 찍을 사람들이나 다 자기 분수를 옳게 헤아림과 함께 바른 판단으로 이 무더위를 건강하게 헤쳐 나갔으면 한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