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깨달으며] 흙에서 퍼 올리는 맛깔나는 삶
상태바
[송창섭의 배우며 깨달으며] 흙에서 퍼 올리는 맛깔나는 삶
  • 송창섭 시인
  • 승인 2021.07.13 13: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뉴스사천=송창섭 시인] 도시의 삶은 늘 무언가에 쫓기듯 바쁩니다. 밥 먹는 시간마저 일에 치여 줄여야 하고 아껴야 합니다. 그래서 삼각 김밥이나 빵 한 조각에 커피 한 잔으로 때우는 일은 낯선 풍경이 아닐뿐더러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창밖의 분주한 거리 모습이나 먼 하늘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는 일은 사치스럽습니다. 도시의 삶에는 어울리지 않는 태만으로까지 비칩니다. 바쁘게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하는 시간에서 일탈한다면 도시의 삶은 불안한 증상을 품습니다. 제 자리를 맴돌며 정체하거나 퇴보한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강하게 압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호기심과 기대 심리에 의존하여 한마디씩 거들며 나름의 정치 판단을 합니다. 정치가 생활에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큼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정치인의 언행이 한시가 멀다 하고 입질에 오르내리는 이유입니다. 

정치하는 이들은 경직되어 있습니다. 옳고 그름을 천명하기보다 당리당략에 따라 몰려다닙니다. 뭉쳐야만 살아남는다는 패거리 논리에 충실합니다.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행복을 위한 소신 있는 정치 철학은 실종했거나 행방불명입니다.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보여 주기식의 행보는 누가 주문하지 않아도 참 잘합니다. 정경유착이나 그들만의 잇속 챙기기는 어둡고 습한 곳에서 여전히 자행 중입니다. 버리거나 바꿔야 할 정치사의 구태 악습은 몇십 년이 흘러도 판박이처럼 되풀이하여 밟고 또 밟습니다.

너른 밭에 홀로 앉아 호미로 풀을 뽑고 한낮 더위에 이마의 구슬땀을 훔치는 한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쓰러지실까 염려스러워 쉬엄쉬엄하시라고 툭 내뱉습니다. 굵은 주름에 구릿빛 미소를 머금고는 “그래야지예.” 응수하십니다. 고추가 달려 있고 콩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고구마 줄기도 제법 올라옵니다. 단호박이 옥수수가 짙은 보랏빛의 가지가 꽤 영글었습니다. 꼬물거리며 움직인 손놀림이 이룬 거룩하고 신비롭고 맛깔스러운 열매들입니다. 

밭을 어루만지는 할머니의 마음과 손길에는 사랑이 묻어 있습니다. 토마토, 참깨, 땅두릅, 코끼리마늘, 대파 그 어느 하나 귀한 자식이거나 손주 아닌 녀석이 없습니다. 고단하고 힘들지 않냐 물으면 힘들면 일 못 한다고 하십니다. 얘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눈과 손은 밭에 뒤섞여 뒹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이놈들을 거둬 도회지에 사는 자식들에게 보낼 그림을 차곡차곡 그리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를 말하면서 뒤로는 구린내 나는 짓거리를 하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죽어서 자신을 보듬어 줄 흙의 고마움을 저버린 채 욕망의 몸종으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 재물이나 권력으로도 위로받지 못합니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는 시 「옛날의 그 집」에서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고 했습니다. ‘에나로’ 진실과 정의를 실천하며 살겠다고 떠드는 이들은 당장 욕망의 허방다리로부터 자신을 끄집어내는 일에 착수해야겠습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블라인드
댓글을 블라인드처리 하시겠습니까?
블라인드 해제
댓글을 블라인드 해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