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고시레와 명심보감(明心寶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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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향만리] 고시레와 명심보감(明心寶鑑)
  • 정삼조 시인
  • 승인 2021.07.0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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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옛날 어른들은 야외에서 식사하실 때, 으레 음식의 첫술을 땅에다 버리시며 ‘고시레’ 또는 ‘고수레’라고 하신 뒤에 음식을 드셨다. 요즘도 나이 좀 드신 분들은 그렇게 한다. 이 ‘고시레’라는 말의 유래는 모두 스무 가지가 넘는다 한다. 그중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되는 설화의 내용을 소개하면, 어느 지역에 고씨 성을 가진 한 부자가 있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며 덕을 쌓았는데 자손이 없이 죽은 까닭에 제사를 지내줄 사람이 없자 사람들은 그 부자의 덕을 추모하여 그분 제삿밥 삼아 자기 먹을 밥의 첫 숟가락을 그 부자에게 바치며 ‘고씨네’라고 말하던 것이 발음이 변하여 여러 가지의 말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은 흉년이 들었는데도 유독 그 사람만 풍년이 되었다고 하여 다들 그 풍속을 따르게 된 것이라고도 한다.

이 설화에는 매우 훌륭한 교육적 효과와 교훈이 있다. 사람은 덕을 쌓아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두고두고 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시레’라는 말에는 ‘고씨’의 덕만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곁에 앉은 자식들에게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몸으로 가르치는 교훈이 있다.

굳이 선비 계층의 높은 지식까지는 아니지만, 고려말 이후 아동 교육서로 널리 읽혀 우리 조상들이 비교적 쉽게 접했을 만한 책에 명심보감(明心寶鑑)이 있다. 여기에 수록된 여러 성현의 말씀이 ‘고시레’ 설화와 큰 다름이 없다. 그중 한 구절, 사마온공(司馬溫公)이란 분이 했다는 말씀에 이런 게 있다. 한문 원문은 생략한다. 

“금을 쌓아서 자손에게 물려 주더라도 자손이 능히 다 지키지 못할 것이요, 책을 쌓아서 자손에게 물려 주더라도 자손이 반드시 다 읽지 못할 것이니,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만히 덕을 쌓아 자손을 위한 계책으로 삼음만 못하다.” 

‘고시레’ 옛이야기 속 ‘고씨’가 그것을 바랬든지 아니었든지는 알 수 없으나, 고씨는 아무도 모르는 덕, 곧 음덕(陰德)을 쌓음으로써 두고두고 자손이 아닌 만인의 우러름을 받아 그 제삿밥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문명이란 사람이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가의 문제를 사람들이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이루어 놓은 것으로 생각해 본다면, 오늘날의 문명을 이루기 위해 각 시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어야 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의 답은 이미 옛날에 ‘고시레’같은 말이나 ‘명심보감’ 같은 책에 다 있다. 그런데도 그렇게 살지 못한 사람들도 더러 있다. 다 곡절 많은 사정에 기인한 부득이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세상에는 원칙이 있기 마련이다. 이것을 부정하고 살 수는 없다. 명심보감에는 이런 말도 있다.

“오이씨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다.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서 보이지는 않으나 새지 않는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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